가족 문제를 가족으로 해결하는, 패밀리바이패밀리

요즘 어디를 가든 멘토와 멘티 관계를 쉽게 볼 수 있다. 예비창업가가 멘티라면, 이미 창업을 해본 경험이 있는 창업가는 멘토가 되어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에 대한 조언을 해준다. 이런 멘티와 멘토 관계를 가족 문제에 적용해볼 수는 없을까?

호주의 패밀리바이패밀리(Family By Family)는 가족 문제를 멘토와 멘티 관계로 해결한 참신한 서비스다.

패밀리바이패밀리는 위기에 처해 흔들리는 가족이 많아지면서 가족에게서 분리되어 위탁 가정의 보호를 받는 아이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을 계기로 생겨났다. 단적으로 2002년부터 2012년까지 10년간 위탁 가정에 맡겨지는 아이들이 50% 증가했다.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이 많아지자 사회 서비스는 한계에 봉착했고, 학대와 방임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점점 증가했다. 특히 가족 문제는 개인사로 치부되어 사회적으로 고립되었고 일상적 지원을 받기도 어려웠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미 위기나 어려운 시기를 극복한 가족이 멘토가 되고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가족은 멘티가 되어 서로를 도울 수 있는 서비스, 패밀리바이패밀리가 고안되었다. 이는 기본적으로 두 가족을 연결하는 지지 프로그램이다. 한 가족은 과거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를 극복한 셰어링 패밀리(Sharing Families)고, 다른 한 가족은 어려움 속에서 변화를 원하는 시킹 패밀리(Seeking Families)다. 이 프로그램의 특징은 기존 사회 서비스와는 달리 부모 또는 한 아이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가족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다.

호주 아동보호국의 추천을 받은 멘티 가족들이 멘토로 삼고 싶은 가족을 선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두 가족이 연결되면 10~30주 동안 링크업(Link-Up)이라는 프로그램이 시작된다. 캠핑, 자원봉사 등을 함께 하면서 서로 친해지는 동시에 커뮤니티와 연결, 가족들의 행동 변화를 목표로 노력하게 된다.

링크업은 두 가족이 친해지는 단계를 크게 셋으로 구분한다. 첫 번째는 서로를 연결하는 단계고, 두 번째는 멘토 가족이 경험을 나누고 변화가 정착할 수 있을 때까지 본보기를 보여주는 함께 하는 단계(Doing With), 마지막은 멘티 가족이 자신감을 쌓은 후 커뮤니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혼자 해내는 단계(Doing Without)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문제를 스스로 찾고 해결책을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전문가인 패밀리 코치(Family Coach)가 퍼실리테이터 역할을 한다. 패밀리 코치는 가족들의 행동변화 과정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가족들과 함께 적절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간다.

호주사회혁신센터의 대표 캐롤린 커티스(Carolyn Curtis)는 8년 동안 어린이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가족들이 다시 위기 상황으로 도돌이표처럼 돌아가는 것에 좌절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 원인을 많은 가족들이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일상적인 지원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보고, 새로운 가족 서비스 개발에 매진했다. 이를 위해 전문가들이 모여 12개월 동안 계획했고, 백여 가족이 프로토타입 개발에 함께 참여해 드디어 2010년 패밀리바이패밀리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패밀리바이패밀리에 참여한 가족들의 90% 이상이 자신들이 설정한 목표에서 ‘나아졌다’, ‘훨씬 나아졌다’고 답했으며, 최근의 연구 결과에서도 그런 변화들이 지속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패밀리바이패밀리는 2012년 호주 국제 디자인 어워드에서 1위를 차지했고, 2016년에는 GOV 디자인 어워드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또한 2013년에는 서부 호주 주정부에서 3년간 3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했으며, 이후 호주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성공적인 서비스 디자인의 대표주자로 손꼽히고 있다.

관련링크: http://familybyfamily.org.au/

INSIGHT
다양한 정책을 통해 취약계층을 지원하지만 실제로 취약계층이 복지서비스를 벗어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공급자 입장에서 설계된 서비스가 수요자가 진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누구나 위기 가정이 문제를 잘 극복해 내길 바란다. 하지만 문제를 극복해 가야 하는 입장에 서 보면, 그것이 얼마나 막막한 일인지 모른다. 그 막막함 속에서 필요한 건 한 단계 한 단계 내딛을 수 있는 작은 징검다리다. 패밀리바이패밀리가 빛나는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과부 사정은 홀아비가 안다’고 이미 위기를 극복한 가족들과 도움이 필요한 가족을 하나의 써클로 묶음으로써 ‘자립’ 이전에 ‘공감’받고 ‘공감’할 수 있는 정서적 안전장치를 깔아 두었다. 그 위에 ‘나도 하고 싶다’에서 ‘이렇게 하는구나’를 거쳐 ‘나도 할 수 있다’의 단계로 자연스러운 행동 변화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수요자 입장에서 바라보기! 말로는 쉽지만, 실천은 쉽지 않다. 하지만 제대로 실천했을 때 그 임팩트는 이렇게나 크다.

이코노믹리뷰 [박성연의 비영리를 위한 혁신]
2017.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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