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의 변화에서 미래를 본다

변화하는 소비자 가치에서 미래를 발견하다.

비즈니스 트렌드를 파악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미래 유망 산업 분야를 파악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소비자들이 인식하는 가치의 변화를 파악하는 것이다. 두 가지가 엄밀하게 구분되는 것은 아니지만, 전자의 결과가 친환경 산업, 웰빙 산업 등과 같은 특정한 산업군으로 나온다면, 후자는 좀 더 넓은 분야를 아우르는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로 나타난다. 미래 유망 산업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늘 변한다. 그렇다고 모든 기업이 그 트렌드를 좇아 자신의 사업 분야를 전환할 수는 없는 일이다. 따라서 기업에게 더 중요한 것은 후자에 따른 트렌드의 변화이다. 이번 글에서는 소비자의 가치 변화에 따른 몇 가지 주요 흐름을 소개하고 각각의 흐름에서 나타나는 사업의 변화를 짚어보고자 한다.

기업의 가치평가, 소비자의 변화 속으로

최근 사회적 기업에 관한 관심이 뜨겁다. 정부에서는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정책을 발표했고, 대기업들은 사회적 기업 설립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사회적 기업이 지금에 와서 재조명받는 이유는 투명하고, 공정하고,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기업에 점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 탓이다. 좀 더 비싸더라도 공정한 거래 무역을 통한 상품, 친환경 상품을 구매하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사회적 기업의 활동은 기업의 사회공헌과 구분되어야 한다. 사회적 기업은 ‘기업’인 만큼 자생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필요로 한다. ‘사회적 기업’의 조건인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기업 고유의 Identity를 확보하고 이익까지 창출해내기란 쉽지 않지만, 발상의 전환을 통한 기업의 가치 창출은 트렌드를 넘어서는 의미를 지닌다.

인도의 사회적 기업인 아라빈드 안과는 백내장 수술 프로세스에 ‘맥도날드’의 햄버거 프로세스를 도입하여 획기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냈다. 더 많은 환자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앞 환자의 수술이 끝나자마자 바로 다음 환자의 수술로 넘어가는 단계화된 수술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캐나다의 Blank는 퀘벡에서 생산한 의류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으로, 로고가 박히지 않은 제품을 무착취 노동을 통해 생산하고 있다. 퀘벡 지역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역량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Blank를 선택한다.

사회적 기업은 그것 자체가 하나의 주목받는 사업이자 트렌드이다. 그러나 트렌드의 흐름을 좇기 위해 사회적 기업에 투자하거나 설립하는 것에는 별 의미가 없다. 기업이 추구하는 방향에 소비자의 가치를 녹여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트렌드에 동참하게 되는 것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나아감이다.

소비자의 심리를 역이용하는 공짜 비즈니스 모델

‘롱테일 경제학’의 저자 크리스 앤더스는 ‘프리미엄(Freemium) 모델’을 이야기한다. 일부 공짜 버전을 제공하되, 그 중 일부를 유료화해서 돈을 버는 ‘프리미엄(Freemium=Free+Premium)’ 모델은 5%의 사용자들이 95%의 나머지 사용자들을 보조하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사실 우리는 ‘프리미엄 모델’에 익숙한 편이다. 화장품 회사에서 나눠주는 무료 샘플, Gillette 사에서 무료로 나눠 준 면도기 등을 들 수 있다. Adobe사의 PDF 리더 프로그램 또한 같은 원리이다. Adobe사는 문서파일을 읽을 수 있는 PDF 리더를 무료로 배포해서 사용자 저변을 넓힌 후, PDF 작성프로그램을 유료로 판매하여 업계 표준을 장악하였다.

웹 또는 모바일을 통한 디지털 환경은 이런 공짜 모델에 매우 적합한 구조를 가진다.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 복제가 무한대로 가능한 디지털 환경에서는 공짜 비즈니스가 곧 트렌드로 나타난다. 영국의 락 밴드 Radiohead는 자신들의 신보인 In Rainbows를 인터넷을 통해 전면 공개했다. 앨범의 가격은 소비자가 스스로 책정한 금액으로 매겨졌으며 결과적으로 수익 또한 소비자의 순수한 기부에 의해 결정되었다. 라디오헤드는 음원의 판매를 통한 수익 창출을 포기하는 대신 공짜 음원을 통해 노래를 널리 알리고, 이를 기반으로 ‘공연’을 통해 수익을 얻기로 한 것이다. 세계적인 아티스트 Madonna 역시 이번 음반을 마지막으로 음반사와의 계약을 종료하고, 공연 전문 회사와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이들은 음반 사업을 공짜 비즈니스화 함으로써 흐름의 변화에 동참했다. 비단 음악 산업뿐만은 아닐 것이다. 공짜 비즈니스는 모든 산업에 변화를 일으킬 거대한 흐름이다.

‘함께’와 ‘소통’으로 소비자 가치를 끌어내

온라인 커뮤니티, 동호회, 블로그, 소셜 네트워크 등을 통한 지식, 경험의 공유는 이미 오래전에 시선을 끌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오프라인에서의 활동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최근 몇 달 사이에 ‘이그나이트 서울’, ‘테드 명동’, ‘테드 서울’ 등과 같은 이벤트성 프레젠테이션 모임들이 활발하게 개최되고 있다. 누구나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모토 아래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발표자가 되어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전파하기도 하고 청중으로서 다른 사람의 경험을 공감한다. 특정 시간, 특정 장소에서의 이벤트성 모임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연결을 위한 문화복합공간의 등장도 눈여겨 볼 만 하다. 삼성에서는 소비자들과 소통하기 위한 카페 ‘투마로우’를 열었으며 금호에서는 kring이라는 문화복합 공간을, 토토에서는 Royal gallery라는 공간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들이 지향하는 가치는 ‘함께’와 ‘소통’이며 이벤트, 혹은 마케팅 차원에서 이들의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함께’와 ‘소통’이라는 가치를 단순히 이벤트가 아니라 비즈니스화 한 실례가 있다. 북아일랜드 출신의 18살의 카메론(Cameron)은 “티셔츠 하나로 세상이 조금 더 따뜻해진다면’이라는 상상을 현실화시켰다. 그는 Acts of Random Kindness의 첫 글자를 딴 ARK라는 티셔츠를 만들어 5만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하였다. ARK의 티셔츠를 입는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작은 친절을 베풀어야 한다는 것이 그가 세운 전략의 전부이다. 사람들은 5만원이 넘는 이 티셔츠를 기꺼이 구매한다. 그리고 티셔츠를 입을 때마다 ‘작은 친절을 베풀겠다’는 자신의 다짐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동시에 세상에 좀 더 친절한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퍼트리는 것이다.

18살짜리의 작은 친구가 만든 것은 ‘나눔’을 판매하는 사업이다. 온라인상에서 ‘공유’라는 것은 이미 일반화된 논리이자 경험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좀 더 액티브하게 실제 생활 속에서도 ‘공유’의 가치가 실현되길 원한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이상 ‘공유’ 혹은 ‘나눔’이라는 것은 충분히 새로운 사업이 될 수 있다.

혁신은 트렌드를 좇아 유망 산업분야로 바쁘게 옮겨가는 것이 아니다. 앞서 말했듯, 나와 사회를 연결해 줄 수 있는 ‘가치’를 찾아내는 것이다. 이미 그 가치를 찾아,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것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 변화의 흐름을 이끌어가고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 이 글은 SK Telecom의 사내 신문인 ‘Inside’ 제 25호, ‘T 두드림 노트’ 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저자 크리베이트
발행일 2013년 4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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