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하는 착한 택배 상자, Give Back Box

예전에 소개한 브라질 음식 기부 사례를 기억하는가? 전화로 피자를 주문하는 사람들에게 ‘혹시 집에 남아도는 식재료도 있으면 기부하실래요?’라고 물었더니 의외로 사람들이 손쉽게 음식을 기부했다. 이번에 소개할 사례는 택배 박스를 재활용한 기부다. 일명 ‘기브백박스(Give Back Box)’.

기브백박스를 만든 모니카 웰라는 원래 여성 신발 쇼핑몰을 운영했다. 그는 시카고에서 길을 걷다가 우연히 노숙자가 들고 있는 ‘신발이 필요해요’라는 팻말을 보게 되었다. 그를 어떻게 도우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자신이 운영하는 쇼핑몰 택배 상자에 ‘신발은 잘 받으셨나요? 혹시 안 신는 신발이 있으면 기부해 주세요’라는 편지를 함께 넣어서 보냈는데, 깜짝 놀랄 만한 일이 일어났다. 쇼핑몰 본사로 헌 신발이 든 택배 상자가 수십개나 들어온 것이다.

여기서 새로운 기부 아이디어를 얻은 모니카 웰라는 ‘기브백박스’라는 기부 상자를 만들어, 구매자들이 신발 외에도 다양한 생활 용품을 기부할 수 있도록 했다. 기브백박스는 아주 간단하다. 사람들이 배송받은 택배 상자에는 주문한 상품과 배송 라벨이 함께 들어 있다. 상품과 라벨을 꺼내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옷이나 용품을 상자에 넣고, 여기에 배송 라벨을 붙여서 돌려보내면 된다. 당연히, 배송료는 무료다. 택배 상자 안에 넣은 광고 전단지에서 나오는 광고비로 배송비를 충당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모인 물건들은 비영리자선단체인 ‘굿윌(GoodWill)’에 전달된다. 이렇게 아주 간단하고 편리한 방법으로 사람들은 기부에 동참할 수 있다. 현재 아마존, 오버스톡 등 미국의 대형 온라인 쇼핑업체들도 이 사업에 동참하고 있다.

INSIGHT
기브백박스는 일석이조다. 택배 상자가 함부로 버려지지 않아서 좋고, 또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의미 있게 기부할 수 있어서 좋다. 기부는 단순히 선한 동기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선한 동기가 있더라도 기부 절차나 행위가 힘들고 어려우면 현실적으로 실행하기 쉽지 않다. 그런 측면에서 오히려 기부는 시스템이다. 시스템을 어떻게 설계하는가에 따라 사람들의 선한 동기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 연간 택배 배송량이 20억건을 넘어섰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이 기브백박스가 도입되어 20억건의 기부가 일어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코노믹리뷰 [박성연의 비영리를 위한 혁신]
2018.06.06

저자 크리베이트
발행일 2018-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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