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하는 착한 ATM기, BDO의 ATM

스마트폰이 나온 이래로 모든 기계들의 ‘스마트함’은 당연지사가 되어버렸다. 돈 뽑는 기계, ATM(Automated Teller Machine)도 과연 스마트해질 수 있을까?

필리핀 최대 은행 BDO(Bance De Oro Uniback)의 ATM은 무척 똑똑하다. 필리핀 세계야생생물기금과 손잡고 새로운 기부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소비자들이 ATM을 통해 현금을 인출할 때, 인출이 끝나면 5페소를 기부하겠느냐는 메시지가 뜬다. 흥미로운 점은 기부할 것인가 안 할 것인가를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지금 기부할 것인지, 나중에 기부할 것인지’ 선택하게 함으로써 사람들의 기부에 대한 부담을 덜어준 점이다. 5페소는 우리나라 돈으로 약 10원 정도다. 사람들은 큰 부담 없이 지금 기부하겠다는 선택을 했고 계좌에서 5페소가 빠져 나가면서 기부가 된다.

이렇게 모인 기부금이 자그마치 일 년 동안 1억에 달한다고 하니 티끌 모아 태산이다. 이렇게 모인 기부금은 기후변화 환경교육 프로그램, 고래상어 친환경프로그램, 재래식 손낚시로 참치를 잡는 어부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등 기후변화 및 환경 보호 관련 프로그램에 지원되고 있다. 자연 재해가 많이 일어나는 필리핀에서 꼭 필요한 프로그램이다.

ATM기는 아니지만 미국 BOA(Bank of America)는 사람들의 저축 습관을 기르기 위해 ‘잔돈을 저금하세요(Keep the Change)’라는 캠페인을 벌였다. 물건을 사고 체크카드로 계산할 때 사람들은 반올림으로 계산한다. 예를 들어 2.79달러라면 대충 3달러라고 생각하며 계산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 3달러로 계산하고 나머지 거스름돈 0.27달러는 자신이 개설한 계좌로 다시 입금시켜주는 캠페인이다. 돼지 저금통이 없어진 요즘, 한 푼 두 푼 모인 잔돈의 위력을 새로운 방식으로 실감하게 해준 이 서비스로 인해 시행 첫해에만 250만명의 고객을 끌어들였고, 1200만명의 신규회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관련링크: https://www.bdo.com.ph/wwf-tuna-campaign

INSIGHT

어찌 보면 간단해 보이는 이 서비스들은 금융 서비스를 잘 이해하고 있는 공급자의 시각이 아니라, 오히려 그 정반대에 있는 사람들의 행동을 다양한 관점에서 관찰한 결과에서 나왔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서비스의 경우 자녀를 키우는 여성 소비자들은 재정 문제에 관심은 많지만 금융은 어렵고 복잡하고 귀찮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에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물건을 사고 남은 거스름돈을 저금통에 모아두었다가 은행에 저축하는 일반적인 행동을 쉽고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서비스화했다. 은행은 가입 고객을 늘려 좋고, 고객은 저축을 늘려 좋고, 사회‧경제적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 서비스 디자인의 대표 사례다. BDO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기부를 하고 싶다면 돈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돈이 있다고 다 기부를 하는 것은 아니다. BDO ATM기는 수중에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기부를 권유했다. 부담되지 않는 적은 돈을 기부하도록 권유했고 사람들은 기꺼이 동참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금융도 얼마든지 새로워질 수 있다. 규제니, 법이니, 지금까지 금융 경험이니 하는 것에서 한 발짝만 비켜서서 새로운 눈으로, 소비자의 눈으로 바라보기만 하면 말이다.

이코노믹리뷰 [박성연의 비영리를 위한 혁신]

저자 크리베이트
발행일 2016-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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