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트리를 현명하게 사는 방법

연말연시가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화려한 거리 조명과 크리스마스트리, 그리고 이 크리스마스트리에 걸려 있는 아기자기한 장식들. ‘드디어 연말이 되었구나!’ 를 알리는 중요한 것들이다. 그런데 크리스마스트리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진짜처럼 생긴 가짜 플라스틱 나무가 대부분이다. 반면 외국의 크리스마스트리는 사뭇 다르다. 온 가족이 농장에 가서 실제 나무를 베어다가 차 위에 나무를 매달아 싣고 집으로 와서는 옹기종기 둘러 앉아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한다. 이것이 가족의 중요한 행사 중의 하나이다.

이 얼마나 낭만적인가? 처음에는 이 장면을 보고 참 낭만적이라고 생각했었다. ‘가짜’ 플라스틱 따위가 아니라 ‘진짜’ 나무라는 점도 그렇고, 커다란 나무가 집안을 차지하고 있는 상상만으로도 따뜻하고 풍성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곧장 이어진 다음 질문은 ‘그럼, 크리스마스 시즌이 지나고 나면 이 많은 나무를 다 어떻게 하지?’였다. 아니나다를까 크리스마스가 끝나면 이 나무들은 길거리에 버려지는 운명들이다. 밑동을 잘라서 집으로 가져온 것이 때문에 뒷마당에 심을 수도 없고 조금 있으면 말라서 볼품없이 변한다. 그래서 크리스마스가 끝나기 무섭게 이 나무들은 거리에 버려진다. 이 얼마나 잔인한가? 차라리 플라스틱 트리가 더 인간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런데 LA에서 조경업을 하는 스콧 마틴은 이 같은 현상을 보고 새로운 사업을 만들었다. 살아있는 크리스마스라는 뜻의 리빙크리스마스 회사. 리빙크리스마스는 살아있는 크리스마스트리를 빌려주는 비즈니스이다.  웹 사이트에 들어가서 가까운 지역을 선택한 뒤 삼나무, 소나무, 전나무 등 수종을 선택하고 배달받을 날짜를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웹 사이트에는 친환경 크리스마스트리 장식도 판매하고 있어서 나무를 주문할 때 장식물들도 함께 주문할 수 있다. 또한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직접  나뭇가지를 손질하기도 한다. 이렇게 살아있는 나무를 배달해준 뒤, 크리스마스 시즌이 끝나면 집마다 찾아다니면서 다시 나무를 수거한다. 그리고 수거한 나무를 키워서 도시 나무 심기 프로젝트에 기증하는 것이다. 내가 구매한 나무를 한 번만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가치 있게 쓰고, 이후에는 좋은 곳에 기증까지 된다니 소비자로써도 매우 만족스러운 일이다. 심지어 이 뜻에 동참하고 싶다며 기부를 하는 고객들까지 있다고 하니 회사명처럼 크리스마스를 살아있게 한다.

관련링크: http://www.livingchristmas.com/


INSIGHT

누군가는 살아있는 나무를 베어다가 잠깐 쓰고 버리는 사람들을 이기적이라고 비난할 수도 있다. 비난하기는 쉽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비난에서 그치지 않고 ‘그게 문제면 내가 바꾸지 뭐!’ 하고 두 팔 걷고 나선다.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누구나 그 문제의 무게에 짓눌려 다른 생각을 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그 문제들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피어난다. 진흙 속의 연꽃처럼 말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는 온다. 우리나라에서는 누가 어떤 방식으로 크리스마스를 살아있게 만들 수 있을까?

이코노믹리뷰 [박성연의 비영리를 위한 혁신]
2014.11.20

저자 크리베이트
발행일 2014-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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