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틀랜드다움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공간, 메이드히어 PDX

킨포크의 도시 포틀랜드. 이 도시의 슬로건은 재미있게도 ‘Keep Portland Weird’다. 우리말로 하면, ‘포틀랜드를 계속 요상하게!’라는 뜻이다. 독특함, 개성을 장려하는 문화가 도시 슬로건에도 반영된 것이다. 심지어 이 도시는 하이킹 인구, 사냥을 즐기는 인구, 하이브리드카를 소유한 인구 등을 포함한 독특성 지수(Weirdness Index)라는 것까지 만들어 미국 도시들을 평가할 정도다. 아이러니하게도 독특성 지수 1위는 포틀랜드가 아닌 샌프란시스코다. 포틀랜드가 그토록 추구하는 독특함의 거대한 용광로 같은 곳이 있다. 바로 메이드히어 PDX(Madehere PDX)다.

PDX는 인천공항을 ICN으로 표현하는 것처럼 포틀랜드 국제공항의 약자이다. 포틀랜드를 의미하는 PDX를 가게 간판으로 내건 이곳은 글자 그대로 여기 포틀랜드에서 생산한 수많은 상품을 판매하는 일종의 편집숍이다. 차, 초콜릿, 잼 등 먹거리부터 옷, 신발, 지갑, 보석, 안경과 같은 액세서리는 물론이고 자전거, 가구까지 없는 게 없는 종합 편집 매장이다. 자그마치 225개 브랜드 5000종 이상의 상품을 판매한다.

하지만 단순히 물건의 종류나 양으로 승부를 하는 곳이 절대 아니다. 판매되는 모든 것들은 하나같이 질 좋고, 독특하며, 아름답다. 이곳의 창업자이자 CEO인 존 코너(John Connor)는 포틀랜드의 디자이너, 아티스트, 메이커 등 포틀랜드의 재능 있는 이들이 만든 멋진 것들을 보여 주고 싶어서 PDX를 만들었다고 한다. 디자인, 공예, 목공, 바느질, 용접에 이르는 이 다양하고 대단한 것들을 한 자리에 모을 필요가 있겠다는 단순한 동기에서 숍을 오픈한 것이다. 그 덕택에 주류 문화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자신이 원하는 것을 직접 만든, 개성 있는 작업들이 세상에 빛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작품과 상품의 경계를 교묘히 오가는 메이드히어 PDX 물건들은 주로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 많다. “포틀랜드의 메이커와 그들이 생산하는 물건은 주변의 강, 해안, 산과 숲 등에서 깊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존 코너의 설명이다.

PDX는 2014년에 오픈했고 올해까지 3개나 되는 지점이 있다. 유명 프랜차이즈에 비하면 3개라는 숫자는 초라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개성 있고 독특한 포틀랜드산 물건들만 모아 둔 PDX가 영세한 규모로 겨우 유지되는 것이 아닌, 무려 3개나 된다는 것은 무척 반가운 사실이다.

PDX는 매주 커피, 차 등 식료품을 구입하러 오는 동네 주민부터 전 세계 각지에서 찾아오는 관광객까지 포틀랜드의 힙플레이스로 각광받고 있다. 일반적인 상점과 달리 주민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만큼 로컬 커뮤니티 활동에도 매우 적극적이다. 아트 디자인 포틀랜드(Art Design Portland), 포틀랜드 메이드(Portland Made), 서포트랜드(Supportland) 같은 지역 단체와 협업하기도 하고, 저자와의 만남처럼 메이커나 디자이너들을 초대해 만남의 장을 열거나 재미난 워크숍들도 자주 연다. 또한 매달 다른 수혜자를 선정해 맞춤형 기부도 진행한다. 포틀랜드에 나무 심기 운동을 하는 비영리단체 ‘프렌즈 오브 트리(Friends of Trees)’를 지목해 기부하는 식이다. 포틀랜드다움을 제대로 보고 싶다면, 메이드히어 PDX에 가면 된다.

https://madehereonline.com/

INSIGHT
관광지에 가면 그 지역을 홍보하는 기념품 숍을 쉽게 볼 수 있다. 열쇠고리 같은 작은 소품부터 비누, 수건, 액세서리, 화장품, 티셔츠와 같은 일상용품까지. 그런데 엄청난 가짓수에 비해 지역 홍보관에서 판매하는 것들은 그 지역을 다녀왔다는 인증샷 용도 외에도 딱히 쓰고 싶지 않은 것들 투성이다. 심지어 예전에 제주도 공항에서 샀던 지역 특산 막걸리는 충청도에서 만든 것이었다. 지역 특산품이 꼭 지역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안 것은 그때였다.

독서인구가 점점 줄어 들고 있는 이 시대에 독립 출판도 늘어나고 독립 서점은 더 늘어나고 있다. 왜 그럴까? 독특하고 개성 있는 작품은 전염성이 있어서, 보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 안에 잠자고 있던 독특함이나 개성이 꿈틀대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곳들은 한 번 가고 마는 것이 아니라 자꾸만 가고 싶은 곳이 된다.

지역을 홍보하겠다는 공급자적인 발상들을 버리고, 그 상품을 접했을 때 사람들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게 될지 생각해 보자. 메이드히어 PDX처럼.

이코노믹리뷰 [박성연의 비영리를 위한 혁신]
2018.07.13

저자 크리베이트
발행일 2018-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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