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 ‘길은 만들면서 가는 것! 도전 자체를 즐겨요.’

2011년 04월 18일

요즘 세간의 화두가 되고 있는 ‘G20 세대’. 이 ‘G20 세대’를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도전’ 그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이 아닐까. 여기 이러한 정의에 딱 들어맞는 사람이 있어 소개해본다. ‘아이디어 컨설턴트’라는 다소 생소한 직업을 가진 박성연씨가 그 주인공.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를 졸업하고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삼성전자’ 연구원으로 일하던 박 씨는 누가 봐도 부러울 것 하나 없어 보이던 직장인이었다. 그러던 박 씨가 돌연 직장을 박차고 나와 ‘아이디어 컨설턴트’로 변신한 사연은 무엇일까.

“시간이 지날수록 회사는 한 분야를 깊이 파고드는 스페셜리스트를 요구하더라고요. 하지만 호기심이 많은 저는 제 장점을 살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역발상으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게 된 거지요.” ‘도전’을 화두로 운을 뗀 그의 이야기에서는 도전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즐거움과 패기가 묻어났다.

박 씨는 지난 2007년 5월, 국내 최초의 아이디어 컨설팅 회사인 ‘크리베이트(Crevate)’를 창업했다. ‘크리베이트’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필요로 하는 기업, 또는 개인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일을 한다. 즉, 상상 속 아이디어를 현실로 풀어내는 것이 이 기업의 주요 임무이다.

삼성전자, LG전자, SKT, KT, 현대자동차와 같은 굴지의 대기업들이 그녀의 단골 고객들이다. 처음 아이디어를 제공받고 싶어 문의해오는 기업들은 ‘우리도 내부에서 아이디어를 낼 만큼 내봤는데, 잘 되지 않더라’며 브레인스토밍 막바지에 SOS를 쳐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박 대표는 “기업 내부에서는 이미 공급자 중심의 생각이 굳어져있기 때문에 그 생각의 틀을 탈피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어디에도 얽매여 있지 않은 아이디어 컨설턴트들이 내놓는 아이디어는 신선할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관점이 많이 반영되기 때문에 전달력과 파급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박 대표에 따르면,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분야별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전문 컨설턴트가 활발히 활동중이라고 한다.

떡볶이 하나를 만들어도 새롭게…도전은 곧 나의 삶

“어릴 적부터 호기심과 모험을 즐기는 편이었어요. 떡볶이를 만들다가도 남들이 넣지 않는 바나나를 넣어보기도 하고, 새로운 전자제품이 나오면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재빠르게 구입해 이용해보기도 했지요. 새로운 분야를 창조하고, 즐기는 것이 곧 제 생활이랄까요.” 대학에 진학하기 전까지 박 대표는 그저 꿈 많은 소녀였다. 의사선생님을 보면 의사가 되고 싶었고, 과학자를 보면 과학자가 되고 싶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면서도 그가 이루고 싶은 꿈의 종류는 더 다양해졌고, 알고 싶은 분야의 폭도 더 넓어졌다.

“20대에는 경험 삼아 이것저것 다양한 분야에 도전해보는 것이 별 문제가 되지 않는 나이잖아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회는 전문가를 요구하더라고요. 제가 삼성전자에서 6년 정도 근무를 할 때도 회사는 저에게 ‘스페셜리스트’가 되기를 요구했지요.” ‘스페셜리스트’, 즉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한 분야에 대한 애착과 집중적인 노력이 필요한데, 이는 다양한 관심사를 지닌 그녀의 체질과는 맞지 않았다. “다양한 제 관심사를 하나로 좁히는 건 제 장점이자 생활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 없었지요.” 결국 회사를 박차고 나온 박 씨는 회사를 다니면서 외국계 아이디어 컨설팅 업체와 함께 프로젝트를 했던 경험을 토대로 창업을 준비하게 된다.

“분야별로 아이디어 컨설턴트를 갖추고 있는 선진국과는 달리 한국에는 아직도 아이디어를 전문적으로 컨설팅해주는 회사가 거의 없어요. 그래서 아이디어를 필요로 하는 많은 국내 기업들이 외국계 컨설팅 업체에 의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현실을 꿰뚫어본 그는 국내 시장을 잘 아는 아이디어 컨설팅 회사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것을 곧바로 자신의 도전 과제로 삼았다.

책상 하나에 직원 하나 없이 시작…“창의력이 밑천이었지요

창업 초반에는 지인 사무실에 책상 하나 달랑 두고 직원 한 명 없이 시작했다는 그이지만 그 의지만은 남달랐다. “제가 창업을 한다고 하니 주변에서는 저를 만류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한 분야였고, 필요성을 느끼지도 못하는 상황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길 위에 길이 있다’는 신념으로 그 모든 걸 헤쳐왔지요.”

무언가를 창조하고 도전하는 일은 처음부터 완벽한 준비를 통해 시작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 ‘길은 만들면서 가는 것’이라는 그만의 소신이 있었기에 새로운 도전이 두렵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정답이 아닌 상상력을 훈련시키는 일을 하는 아이디어 컨설턴트 박성연 대표. 한국과 아시아 시장까지 넘보는 그의 최종목표는 세계 무대로 진출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생소한 직업인 만큼 홍보에도 남다른 신경을 썼다. 박 씨는 우선, 회사 블로그를 만들고, 외국의 재미난 혁신 사례들을 소개해가면서 ‘크리베이트’를 알려나가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2주째. ‘대체 어디서 이런 자료를 모았냐’며 드디어 한 기업체로부터 연락이 왔다. 첫 번째 도전에서 미국과 일본시장의 리서치를 담당한 그는 단 기간에 양질의 결과물을 도출해냈고, 그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그의 사업도 점차 입소문을 타고 번져나갔다. “제게 첫 번째로 일을 준 회사는 오랜 기간 동안 외국계 아이디어 컨설팅 업체와 일하면서 국내 업체를 찾았던 것 같아요. 항상 그렇지만 비즈니스는 혼자 잘 나서 되는 게 아니라 타이밍도 중요한데,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 지 미리 준비했던 게 도움이 된 것이지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출발이 좋아서 다행이었어요.”

누구도 가지 않은 길 가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

‘길은 만들면서 가는 것’이라는 그만의 신조처럼 박 씨는 처음부터 무턱대고 아이디어 컨설팅을 제공하는 대신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나가는 데 몰두했다. 이를 위해 외국에서 통용되는 다양한 방법들을 학습해가면서 한국 실정에 맞게 수정해 나가는 작업을 계속했다. 그렇게 하나둘 프로젝트를 완성해가는 동안 회사의 내공도 그만큼 깊어져갔다. 그리고 이제 대기업은 물론 잘 알려지지 않은 개인기업에서까지 그녀의 회사를 찾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그동안 진행한 아이디어가 몇 개나 되냐고 묻자 “숫자로는 셀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지금도 아이디어 컨설팅이란 개념 자체를 이해시키고 설명하는 게 가장 큰 어려움입니다.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직업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누구도 도전하지 않은 길에서 첫 걸음을 걷고 있다는 사명감 덕분인지 일 자체를 즐기고 있는 것 같아요.” 

그는 자신이 제안한 아이디어들을 통해 제품이나 서비스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거나, 상상력 교육을 통해 변화해가는 회사 직원들을 보는 것이 가장 뿌듯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무엇이냐고 묻자, 지난해 진행한 ‘아이디어 카드 프로젝트’를 꼽았다. 이 프로젝트는 교육을 하는 과정에서 내부 직원들과 함께 착안한 것으로, 모든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쉽게 제공하고, 또 제공받을 수 있도록 온라인 상에 무료로 배포한 프로그램이다. 배포 하루 만에 10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요청해 다운로드 사이트까지 만들어 배포할 만큼 높은 인기를 끌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다른 사람들과 아이디어를 내는 방법을 공유하고 싶어 배포했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필요로 했구나’라는 걸 그 때 처음 알게 됐어요.” 다운로드 숫자에도 놀랐지만 학교 선생님부터 디자이너, 사업가, 의사, 변호사, 군인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에서 아이디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이처럼 다양하다는 사실 또한 놀라웠다. 이 일을 계기로 그는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고, 동시에 앞으로 ‘크리베이트’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 지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도 재정립할 수 있었다.

전 세계인의 손 안에 아이디어 카드 한 장씩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디어’ 하면 떠오르는 것이 브레인스토밍, 마인드맵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동양과 서양의 문화와 생각의 차이가 있는데, 서양의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상황에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앞으로 동·서양의 각 문화에 맞춰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교육과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이를 위해 우선, 일본, 중국 같은 아시아 시장에 진출해 동양 사람들에 맞는 아이디어 컨설팅을 제공할 계획이다.

그런 그의 최종 목표는 세계무대 진출이다. 박 대표는 “저희가 만든 아이디어 카드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전 세계인의 손에 아이디어 카드 한 장씩 들고 다니게 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는 도중에도 ‘상상만 해도 벌써부터 가슴이 뛴다.’며 아이처럼 마냥 즐거워하던 박성연 대표. 그를 보고 있자니 두려움으로만 다가왔던 ‘도전’이란 단어가 어느새 즐거운 일로 변해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 공감코리아  2011.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