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공유하는 우버(Uber), 집을 공유하는 에어비앤비(Airbnb) 등 공유경제는 이제 친숙한 것이 되었다. 하지만, 공유의 대가로 20%의 수수료를 내는 이 서비스를 진정한 의미의 공유경제라고 할 수 있을까? 공유라는 것은 같이 쓴다는 의미다. 지금 당장 자기에게 필요 없지만 누군가에게 필요하다면 굳이 거간꾼의 개입 없이 개인과 개인을 바로 연결해주면 된다. 이런 생각을 실현하는 것이 P2P(Peer To Peer) 거래 플랫폼 슬록이다.
독일의 스타트업인 슬록.IT(slock.it)는 ‘잠긴 것은 모두 열 수 있다’를 모토로 하여, 블록체인을 활용한 공유경제 IoT P2P 플랫폼인 ‘보편적 공유 네트워크’(Universal Sharing Network)를 개발했다. 이 플랫폼을 이용하면 집, 자동차, 자전거 등 자기가 소유한 자산 중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들을 블록체인의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을 이용해 임대할 수 있다. 우버나 에어비앤비 같은 중개 사이트를 거치지 않고, 대상의 종류도 가리지 않는다. 블록체인을 통해 일정한 조건을 만족하면 자동으로 거래가 실행된다.
블록체인은 공공거래장부라고도 부르며, 가상 화폐를 거래할 때 해킹을 막는 기술이다. 기존 금융 회사의 경우 중앙 집중형 서버에 거래 기록을 보관하는 반면, 블록체인은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사용자에게 거래 내역을 보내주며 거래 시마다 이를 대조해 데이터 위조를 막는다. 참가자 과반수 이상의 장부에서 일치하는 것만 블록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조작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온라인 가상 화폐인 비트코인이 이 블록체인을 적용하고 있다.
슬록의 경우 예를 들어, 집을 빌려준다고 했을 때 집주인은 도어록 접근 권한과 보증금, 이용료 등의 정보를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올려놓는다. 이후 조건에 동의하는 이용자가 보증금과 이용료를 내고, 지불된 것이 확인되면 권한이 자동으로 부여되어 스마트폰으로 도어락을 열 수 있다. 사용 기간이 지나면 보증금은 자동으로 이용자에게, 도어록의 접근 권한은 집주인에게 돌아간다. 출입에 대한 통제는 물리보안인 IoT를 이용하고, 계약에 대한 신뢰는 스마트계약을 통해 시스템 차원에서 보호한다. 중개사이트, 중개인을 거칠 필요가 없고, 전자화폐를 이용하기 때문에 전 세계 어디서든 환전이나 이중결제의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아직은 초창기이지만 슬록.IT처럼 스마트 계약을 이용하는 IoT, P2P거래가 활성화된다면, 누구나 연결될 수 있는 지금의 인터넷처럼 거대한 공유경제의 망이 구축된 미래를 상상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관련링크: https://slock.it/
INSIGHT
비트코인이 ‘거품이다’, ‘사기다’라는 논란과 함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에 활용된 블록체인 기술은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새로운 것은 항상 위험하다.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안전하지 않기 때문에. 두렵기 때문에. 특히 두려움은 실체가 없기 때문에 더 크게 증폭된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 화폐가 폭등과 폭락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사이, 전 세계적으로는 블록체인을 이용한 서비스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블록체인으로 활용해 음원을 유통하고, 기부한 돈이 어디론가 빠져 나가지 못하게 블록체인을 활용한 자선단체가 만들어지고,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 블록체인으로 음식 이력을 추적하고, 속고 사는 일 없도록 블록체인으로 중고차 거래를 하고.
중앙집중 시스템에서 분산 시스템으로의 발전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기술도 사회를 닮는다. 비트코인, 블록체인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기술들은 쏟아져 나올 것이고, 어떠한 이름이 붙여지더라도 이 거대한 방향을 거스를 수는 없다. 변화가 두려울 때는 시선을 줌아웃해보자. 당장 오늘 내일이 아니라, 100년 전과 후가 어떻게 다를지. 나무만 쳐다보느라 놓쳤던 것들이 숲을 볼 때 보이는 법이니까.
이코노믹리뷰 [박성연의 비영리를 위한 혁신]
2018.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