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동안 읽는 번호표

조병화 시인은 기다림이 없는 인생은 지루할 것이라고 했지만, 기다림은 힘들고 어렵다. 특히  예측이 어려울 때는 더욱더 그러하다. 그래서 번호 대기표라는 획기적인 시스템이 나왔다.

은행이나 병원에 가서 사람이 많으면 대기표를 뽑고 차례를 기다린다. 대기표에는 대기번호와 앞선 대기자가 몇 명인지가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예측이 가능하고 이로써 번호표의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우리가 보통 대기표에 기대하는 부분이 여기까지다.

그런데이 번호표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덧붙여 혁신을 한 회사가 있다. 바로 태국의‘A Book’이라는 출판사다. ‘A Book’은 짐작이 어려운 기다림의 시간들을 채워주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A Book’은 먼저 대기표에 주목했다. 대기표에 무작위로 선정한 책의 한 문단을 함께 기록해둔 것이다. 대기표를 뽑고 기다리는 사람은 그 글을 읽게 된다. 그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혹은 그 한 문단만으로 책에 흥미가 생겼다면 그 책을 구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A Book’은 은행 대기표뿐만 아니라, ATM 기기 대기 줄에 선 사람을 위해 바닥에도 책의 한 문단을 적어두었다. 레스토랑에서는 주문을 하고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테이블에 깔아두기도 했고, 특정 번호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면 SMS로도 글을 전송해준다. 컴퓨터에 ‘A Book’ 위젯을 깔아두면 프로그램 로딩시간 동안 읽을 만한 내용이 화면에 나오기도 한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의 한 문단을 읽다 보면 지루한 대기시간이 짧게 느껴질 것이다. 소비자는 기다리는 동안 지루하지 않아서 좋고, 출판사는 더 많은 사람에게 책이 노출되어서 좋다. 이런 일석이조의 효과가 손바닥보다 작은 대기표 안에서 이루어질 수도 있다.

 

INSIGHT

소비자들은 대기시간 앞에서 무기력하다. 몇 안 되는 창구에 비해 많은 사람이 몰리는 은행의 처지를 잘 알기 때문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던가. ‘A Book’의 캠페인은 어차피 기다릴 수밖에 없다면  ‘생산적인 기다림’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Crevate 7Type InnovationTM관점에서 보면 서비스를 혁신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생활 속에 버려지는 시간들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보자.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사람이 기다리는 시간, 다음 수업을 기다리는 시간 등 우리 주변에서 낭비되는 시간들을 구할 수는 없을까?

저자 크리베이트
발행일 2014년 5월 21일

 

이런 콘텐츠는 어떠세요?

 

프리미엄으로 모든 콘텐츠무제한으로 즐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