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로봇 청소기에 정을 못 붙일까

로봇 청소기를 사면 더는 직접 청소기를 돌릴 일이 없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살까 말까 고민하다 큰맘 먹고 막상 사니 그렇게 자주 쓰지 않게 되어 실망한 분들, 많이 계실 것이다. 흡입력이 떨어져서? 너무 시끄러워서? 청소하는데 오래 걸려서? 이런 기능적인 문제들도 있겠지만, 더 잘 드러나지 않는 애매한 문제는 이상하게 로봇 청소기에 대한 애착이 안 생긴다는 것이다. 즉 ‘내가 왜 로봇 청소기에 정을 못 붙였을까’ 에 관련한 로봇에 대한 이모저모를 살펴보자.

생긴 게 문제인가?

보통 로봇 청소기는 원형이거나 사각형이다. 로봇이라 하면 대부분 얼굴, 몸체, 팔다리가 있어 사람의 몸처럼 생긴 기계를 떠올리게 되는데, 로봇 청소기는 별로 ‘로봇’답게 생기지 않았다. 영화의 로봇들을 생각해보자면 일단 전설 급 로봇으로 터미네이터와 스타트렉의 Data, AI, Bicentennial Man, 일본의 사이보그 그녀, Wall-E, real steel 등이 있다. 사람과 닮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쨌든 다 인간의 형상을 닮은 인지능력이 있는 기계를 생각한다. 사실 이 Android, 혹은 Humanoid라고 불리는 로봇들도 사람의 형상을 닮은 정도의 범위가 꽤 넓어서 하나의 카테고리에 묶기도 힘들다. 우리나라의 EveR, 혹은 더 극단적인 오사카대학의 히로시 이시구로 박사의 도플갱어 Geminoid HI-1처럼 인간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모사하는 로봇이 있는 반면, KAIST에서 만든 HUBO나 Honda 혹은 Nao 정도의 모습을 한 android도 있다. 로봇 청소기는 결국 청소기라는 가전기기에 감지 센서, 자동 충전 등 정도로 업그레이드를 시킨 것이기 때문에 얼굴 팔다리가 있을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좀 먼 미래에는 사람의 형상을 닮은 집안일 로봇이 생길 것이라고 상상해보면, 지금 로봇 청소기가 박스 모양이라 애착이 안 생기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과연 그런 것일까?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은 로봇이 실제 인간과 흡사할수록 호감도가 증가하다가 어느 정도 이상에서는 강한 거부감이 들고, 인간과 구분할 수 없는 정도의 유사함을 보이면 다시 높은 호감을 보인다고 한다. 이 이론을 Uncanny Valley Hypothesis라고 한다. 아직 인간과 매우 흡사한 로봇이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타당성에 많은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왜 어떤 로봇은 귀엽다고 하면서도 어떤 로봇은 징그럽다고 느끼는지에 대한 설명의 단서를 얻을 수 있다. 사람의 살결, 머리카락까지 따라 한 로봇이 무섭다고 생각하거나 소름이 끼치는 배경에는 인간이 본능적으로 가지고 있는 죽음이나 시신, 혹은 병든 것에 대한 혐오감, 또는 지각 신호의 모순 등이 있다고 한다. 결국에는 혐오감이 들지 않도록 적당히 사람과 닮았거나, 아니면 아예 구분이 어려울 정도의 수준이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어떤 식으로 인터렉션 해야 하는가?

현재의 로봇 청소기는 충전 상태, 장애물, 혹은 오류 등을 알리기 위해 light, 사운드와 녹음된 음성을 사용한다. 처음에 로봇 청소기가 ‘먼지 통이 가득 찼습니다. 비워주세요’ 라고 감정 없는 녹음된 여자 목소리로 알림을 주었을 때 잠시 느꼈던 그 이상한 감정을 기억하시는지? 집안에서 쓰는 기기 중에 인간의 언어로 말을 하는 것이 없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방 안을 움직인다는 것 빼고는 사람, 혹은 어떤 동물과 닮은 점이 하나도 없는 개체가 인간의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것이 왠지 그 수준에 맞지 않는 행동이라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이에 관해 얼마 전 KAIST의 김윤경 박사님이 살롱 드 크리베이트에서 공유해 주신 로봇의 인터렉션에 관한 연구 내용을 참고하면, 사람들은 움직임 (mobility)이 가장 극대화되어 있는 청소 로봇에게서 움직임을 이용한 인터렉션을 가장 자연스럽다고 느낀다고 한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로봇 청소기가 사람을 만났을 때 소리를 내거나, 불을 깜빡이거나 하는 것보다 뚜껑을 열었다 닫는 식의 인사와 같은 액션으로의 인터렉션을 이상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또 다른 실험은, 쌍두사처럼 카메라 헤드가 두 개 달린 로봇이 사람에게 헤드를 한쪽만 돌리거나, 둘 다 같이 돌리거나 하는 등의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인사하였을 때 사람들은 한쪽은 일하던 것에 그대로 집중하고 한 쪽 머리만 사람에게 돌리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느꼈다고 한다. 로봇이 인간처럼 생기지 않았을 경우, 인간과 똑같은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그 외형적 특징에 맞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는 생긴 것, 인터렉션 하는 방법 둘 다 문제다.

결론적으로, 가장 초기 단계의 가사 로봇이라고 할 수 있는 현재의 로봇 청소기가 진화할 방향은, 어느 정도 인간 형상의 메타포가 보이는 외형과 그에 어울리는 인터렉션이라고 할 수 있다. 어린아이들이 자동차를 보고 헤드라이트 모양으로 ‘저 차는 화난 차, 저 차는 착한 차’ 라는 식의 캐릭터를 부여하는 것처럼, 가정용 로봇이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박스 형태의 모양에서 벗어나야 한다. 또 그 캐릭터와 기능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인터렉션을 디자인해야 하나의 조화로운 개체로서 인식될 수 있다. 외형, 목적성에 걸맞은 인터렉션 방법을 선택해서 사용자의 기대와 실제 인지에 모순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것이 꼬리를 흔드는 모션인지, 귀여운 소리를 내는 것인지, 라이트가 깜빡해서 윙크를 하는 형태의 알림인지는 지금으로서는 단언하기 어렵지만, 적절히 디자인되었을 경우 전반적인 사용자 경험을 향상시킬 것임은 틀림없다. 지금 사용자들이 청소기가 먼지를 얼마나 잘 빨아들이는지에 신경 쓰는 만큼, 이름을 붙이고, 인사를 하고, 감정적 교류를 일으키는 로봇 청소기가 나온다면, 그것이 바로 가정용 로봇계의 next phase가 아닐까.

저자 크리베이트
발행일 2013년 5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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