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물 자판기

도시에서 바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다 보면 가끔 갈증을 해소할 무언가가 필요할 때가 있다. 가까운 커피전문점에서 커피 한잔의 여유도 좋지만,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자판기에서 손쉽게 음료를 구하는 방법도 있다.  그런데, 여기 좀 색다른 자판기가 있다. 바로 더러운 물을 파는 자판기다. 깨끗한 물을 팔아도 모자랄 판에 더러운 물을 판다니 대체 어떤 사연일까?

2009년, ‘세계 물 주간’ 동안 뉴욕 맨해튼에 더러운 물을 파는 자판기가 등장했다. 물은 단돈 1달러고, 자판기 메뉴는 콜레라, 말라리아다. 눈치챘는가? 이 자판기는 목마른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아무리 목이 말라도 ‘말라리아 맛’ 물을 자판기에서 뽑아 마시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왜 이런 자판기가 뉴욕 번화가 한가운데에 등장했을까?

충격적일 수도 있는 이 해프닝은 깨끗한 식수가 필요한 곳에 물을 지원하기 위한 모금 행사였으며, Tap Project라는 이름하에 전쟁과 자연재해로 고통받는 지역에 기금 및 물품을 지원하는 단체인 유니세프(UNICEF) 의 아이디어였다. 깨끗한 식수 지원을 위한 1달러 기부는 차라리 쉬울 수 있다. 그런데 자판기를 통해서 그 더러운 물을 보는 순간 지금 전 세계 어디선가 사람들은 이런 물을 마시고 있다는 사실을 리얼하게 깨닫는다. 1달러 기부와 더불어 아주 강렬한 메시지를 기억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잔돈이 없는 사람들은 자판기에 써 있는 정보에 따라 모바일을 통해 기부할 수도 있다. 마시지도 못할 더러운 물에 수많은 사람이 반응했고, 큰 금액을 모을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지구 곳곳의 물 부족 문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단지 한 번의 해프닝에 그칠 수도 있었던 이 아이디어는 2010년 한국에서도 실시됐다. 대우증권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유니세프가 강남 시내 한복판에 더러운 물 자판기를 설치한 것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대우증권이 이용자가 낸 1000원에 9000원을 더해 기부 금액이 커지고, 기부 주체도 개인과 기업이 함께한다는 점이다. 회사는 사회공헌활동을 홍보하고, 이용자는 손쉽게 기부하고, 유니세프는 기부액을 늘리는 일석삼조의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였다.

더러운 물 자판기가 첫 시행된 지 5년이 지난 지금, Tap Project는 또다시 새로운 형태의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모바일 앱을 통해 10분 동안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챌린지에 성공하면 한 사람이 하루 동안 마실 수 있는 물을 기부하는 캠페인이다. 사회의 약자들에게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고 주변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하여 수많은 현대인이 서로가 아닌 화면에 집중하는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걸맞은 프로젝트로 재탄생할 수 있었다.

 

INSIGHT

더러운 물을 파는 자판기는 크지도 멋지지도 않았고, 구세군의 종소리보다 큰 소리로 홍보하지도 않았다. 대신 ‘더러운 물을 1달러에 사라’라는 다소 충격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이용해서 메시지를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Crevate 7Type InnovationTM 관점에서 보면 커뮤니케이션을 혁신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상식을 깨는 커뮤니케이션이 때때로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상식을 깨는 커뮤니케이션은 또 어떤 게 있을까?

저자 크리베이트
발행일 2014년 6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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