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칼럼] 무크, 대학을 흔들지만 실업자는 구한다

미국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 수업이 선풍적인 인기를 끈 적이 있다. 그를 띄운 것은 무크(MOOC)였다. 무크는 누구나(Massive) 무료로(Open) 인터넷(Online)을 통해 강의(Courses)를 들을 수 있다는 뜻의 약어. 여기에 가입하면 스탠퍼드대의 컴퓨터 수업을 듣고, 예일대의 문학 수업을 골라 들을 수 있다.

해외에선 무크 열풍이 불고 있다. 이 열풍은 대학 교육 시스템을 흔들고 있다. 세계 3대 무크로 꼽히는 유다시티(Udacity)는 50년 안에 세계 고등교육 기관이 10개로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미국 명문대들은 무크를 ‘지진’이나 ‘쓰나미’에 비유한다. 명강의를 대중에게 공개한 결과 대학 간 담장이 허물어진 것은 물론이고 은퇴자 저소득층의 생활 변화 같은 2차 파동까지 몰고 왔기 때문이다.

무크 가입자의 학습 효과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2012년 서비스를 시작한 코세라(Coursera)가 수강생 5만 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26%가 무크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았다’고 했고, 9%가 ‘내 사업을 시작했다’고 답했다. 무크의 직접 혜택과 정보력이 그만큼 컸다는 것이다. ‘현업에서 업무 능률이 올랐다’와 같은 간접 효과를 체험한 수강생도 많았다.

무크의 긍정적 영향은 사회 저층으로 갈수록 큰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을 졸업하지 않았거나 사회적 지위가 낮을수록 무크 혜택을 봤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 실업자 가운데 무크를 통해 ‘경력’ 관리에 도움을 받았다고 응답한 사람은 50대 이상 층에서 가장 높았다. 30, 40대 실업자 80% 이상도 무크의 덕을 봤다고 응답했다.

한국은 시작도 늦었고 효과도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 시작한 K-무크에는 시범 운영 기간 6만6000명이 수강신청을 했다. 코세라 수강생 1400만 명에 비할 단계는 아니다. 평생 교육이 도입되고 베이비붐 세대가 늘었는데도 말이다.

K-무크는 올해 강좌를 82개로 대폭 늘릴 예정이다. 그래도 미국의 4000여 개 강좌와 비교할 수준이 아니다. 퇴직자 가입 비율도 낮다. 미국과 같은 학습 효과는 한참 뒤에나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박성연 크리베이트 대표
2016.04.29 동아일보 [박성연의 트렌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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