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칼럼] 평범한 경험이 각광받는 시대

요즘 TV 뉴스를 보면 화가 나거나 허탈한 마음이 들어 아예 꺼 둔다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헛헛한 마음은 어제오늘 일만은 아니다. 그런 마음을 파고들어 몇 해 전부터 아이가 아닌 어른들을 위한 컬러북이 인기를 끌고 있다. 색연필로 알록달록 색깔을 채워 나가는 이 컬러북의 인기는 확산 일로다. 미국에서도 2014년에 100만 권 정도 판매되던 이 책이 지난해 1200만 권 팔렸다. 그 종류도 2000종이 넘었다. 어린 시절 놀이하듯 색깔을 칠하는 이 컬러북이 이제는 십자수로 양초, 비누 공예로 확장 중이다. 인터넷 쇼핑몰 옥션에 따르면 양초, 비누공예 상품 판매는 같은 기간 39배 이상 급증했다. 구슬을 꿰어 만든 목걸이 팔찌 등의 판매도 크게 늘었다.

앱스토어에서 포켓몬과 함께 입소문을 탄 모바일 게임은 그냥 손가락을 가져다 대기만 하면 끝이다. 현란한 기술도 필요 없다. 화면을 두드리기만 하면 예쁜 바닷속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시장에 내놓은 지 10일 만에 내려받기가 50만 회를 돌파다.

요즘 인터넷에서 뜨거운 관심을 끌고 있는 영상은 ASMR(자율 감각 쾌락 반응)라는 이름이 붙은 영상이다. 그중에서도 인기 영상은 먹는 소리다. 아이스크림 먹는 소리, 탄산음료 따르는 소리. 이런 소리를 들으면 편안함이 떠올라 잠이 잘 온다는 입소문을 타고 유튜브에만 벌써 570만 개나 되는 영상이 올라와 있다.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불면증 환자는 2010년 29만 명에서 2015년 45만 명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현대인들이 하루에 접하는 정보량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살던 사람이 평생 접한 정보량과 맞먹는다. 뇌에 과부하가 걸리는 건 당연하다. 휴식이 필요하다. 사람들도 쉬고 싶다는 이야기를 입버릇처럼 한다. 그런데도 색칠을 하고, 게임을 하고, 자수를 놓고, 영상을 보고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한다. 멈추는 것을 불안하게 여기는 현대인들은 ‘휴식’을 취할 때조차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스스로 생각을 멈출 수 없는 이들의 선택은 ‘몰입’이다. 부지런히 손과 발을 움직이더라도 머리는 비울 수 있기에.

박성연 크리베이트 대표
2016.11.11 동아일보 [박성연의 트렌드 읽기]

저자 크리베이트
발행일 2017년 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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