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션, 퍼플오션

경쟁자가 없는 시장이란 없다. 블루오션을 개척했다 하더라도 곧 수많은 경쟁자가 속출하고 금세 전쟁터와 같은 시장으로 변하고 만다. 잠시, 시장에서 변함없이 고객에게 사랑을 받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떠올려보자.

무엇에 남다름이 있는가? 결론적으로 브랜드나 서비스, 제품에는 남들이 갖고 있지 않은 경쟁우위를 만들어야만 지속적인 성장을 보장받을 수 있다.

빨간 시장, 파란 시장, 보랏빛 시장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매트릭스의 모피어스는 네오에게 두 가지 알약을 내밀었다. 빨간 약을 먹으면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고 파란 약을 먹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2005년 ‘블루오션전략’이라는 도서가 이슈화되면서, ‘시장’은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과 비교적 경쟁이 덜한 블루오션으로 분리되어 있는 것처럼 인식되었다. 그리고 마치 네오에게 제시된 두 개의 알약처럼, 기업은 두 개의 시장 중 어느 하나를 현명한 판단력으로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레드와 블루를 혼합한 퍼플오션의 개념도 등장하였다. 선택의 옵션이 하나 더 늘었으니 기업의 입장에서는 기뻐해야 할 일인가, 혼란스러워할 일인가?

기업이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경쟁시장이 아니라, 경쟁이 없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는 블루오션 전략은 많은 기업가로부터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블루오션을 찾아 다른 시장으로 진출한다는 것은 단순히 한 기업의 의지와 선택만으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기에 기업의 선택은 네오가 알약을 선택하는 것보다 더 어렵고 복잡하다.

카멜레온 시장 – 시장은 환경에 의해 시시각각 변한다

한국에 처음 ‘스타벅스’가 들어왔을 때, 한국의 카페시장은 미개척시대였다. 스타벅스는 한국에서 ‘별다방’, ‘된장녀’라는 신조어까지 유행시킬 정도로 붐을 일으켰다. 하지만 스타벅스가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한국의 카페시장은 치열한 레드오션으로 바뀌었다. 블루오션 전략으로 카페 시장에 진출했던 기업들은 이제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전략을 고민해야 하게 되었다. 즉 시장이란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시시때때로 변하기 때문에 어떤 시장에서라도 살아남을 수 있는 혁신과 전략을 늘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카페시장에서의 경쟁은 그나마 단순한 모델로 볼 수 있다. 컨버전스 시대라 불리는 요즘은 업종과 업종 간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시장의 경계 자체도 모호해지는 경우가 많다. 즉, 누가 경쟁자인지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시장이 온 것이다.

예컨대 iPhone의 국내 출시로 한창 주목을 받고 있는 Apple의 경쟁사는 누구인가? 몇 년 전만 해도 PC 하드웨어를 만들어내는 여러 업체들, 혹은 Window OS 체제를 만들어내는 마이크로소프트사 정도를 꼽았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두고 경쟁할 구글이 될 수도 있으며 MP3 플레이어 제조업체, 혹은 모바일용 콘텐츠 공급업체가 될 수도 있다.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을 만큼 시장의 영역은 넓어지고 있으며 그에 따라 경쟁의 구도도 더욱 다변화되고 복잡해지고 있다.

블루오션은 어디에?

영역 간의 경계마저 허물어지는 이 시점에서 블루오션, 혹은 퍼플 오션을 찾는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일까? 그러나 관점을 조금만 바꾸어 보면, 내가 진출할 수 있는 시장의 영역이 그만큼 넓어지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즉, 시장의 융합과 다이나믹한 변화가 오히려 성공의 기회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변화하는 시장 속에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Trend의 흐름에 민감해야 하고, 성장률, 수익성 등의 사업 매력도도 고민해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경쟁자와 협력자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다. 쉽게 말하면 나의 핵심역량과 파생 가능한 역량을 정확하게 짚어낼 수 있어야 한다. 나이키가 자신의 경쟁자를 아디다스로만 한정한다면 그것은 핵심역량을 운동복으로만 파악한 것이 될 것이다. 그러나 애플과 협력하여 핵심 역량을 확장시키면 ‘나이키 플러스’와 같은 블루오션 영역이 창출될 수 있다.

나에게 매력적인 사업은 상대방에게도 매력적이기에 블루오션 영역이란 결국에는 사라지고 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레드오션에서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갈 때, 혹은 블루오션에서 레드오션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도 새롭게 창출될 수 있는 가치는 무한하다. 따라서 치열한 경쟁시대인 지금에도 시장의 규모와 수익의 한계를 규정짓고 싶지는 않다.

기업의 핵심역량이라는 고유한 색이 변화하는 시장의 다양한 스펙트럼과 만난다면, 기업이 창출해낼 수 있는 영역은 비단 블루와 퍼플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다. 기업의 고유한 색을 더욱 확장시킬 길은 어디에 있는지, 그 길 위에는 어떤 경쟁자가 있고 협력자가 있는지 다시 한 번 고민해보자.

 

* 이 글은 SK Telecom의 사내 신문인 ‘Inside’ 제 23호, ‘T 두드림 노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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