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연의 1% 비거닝] 무너졌다고? 오래가는 비건되기

비건들의 솔찍 담백한 생활기를 접하다 보면 치즈 앞에서 무너졌다. 삼겹살 앞에서 무너졌다. 무너졌다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비건이 무슨 굳은 결심을 하고 지켜내야만 하는 신념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매일 삼시세끼 앞에서 그 신념을 테스트 받아야 하는 건 너무 가혹하다. 다이어트 중에 사탕 한 번 먹었다고 다이어트가 무너져 내리는 것도 아니고 살면서 거짓말 한 번 했다고 인생이 무너져 내리는 것도 아닌데, 유독 비건 라이프만은 우여히 먹은 치즈에, 삼겹살에 무너졌다는 표현을 쓴다. 아마, 비건은 채식주의자중에서도 가장 높은 레벨. 엄격한 채식주의자라는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언어는 의식을 담는 그릇이다. ‘무너졌다’는 표현에는 두 가지 마음이 있다. 지키지 못한 자괴감과 동시에, 어짜피 버린 몸, 이제부터는 안 지켜도 된다는 식의 자기 허용의 마음. 사실 따지고 보면 100%짜리는 잘 없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순금조차도 100% 순금은 만들 수가 없다. 공기접촉으로 인한 산화때문이다.
영화 짝패의 대사를 기억하는가? ‘살아보니까 강한 놈이 오래가는 게 아니라, 오래가는 놈이 강한 거더라’. 지속 가능한 지구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비건도 지속 가능한 것이 중요하다. 한 두 번 무너졌다고 좌절하지 말고, 오래 가는 비건이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말자.

저자 크리베이트
발행일 2020-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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