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O씨, 다음 회의 때는 저번처럼 관련 없는 말은 좀 줄이고 속기나 열심히 쳐줘요.”
“정리만 잘 하면 뭐하나? 회의 땐 자기만의 아이디어를 낼 줄 알아야지!”
직장에서 이런 말을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누구는 다른 사람 생각을 잘 기억하라고 하고 누구는 자기 생각을 좀 말하라고 하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곤란할 때가 있죠. 물론 둘 다 잘하면 가장 좋겠지만 내 머릿속 용량은 한정적이잖아요.
아이디어는 정리하기도 내기도 참 어렵죠. 사실 이것은 소통 문제라기보다 뇌의 작동 방식 문제예요. 우리의 뇌는 흩어진 아이디어를 열심히 정리할 때와 아이디어를 마음껏 낼 때 전혀 다르게 움직이거든요. 아이디어를 정리할 때 필요한 것은 ‘수렴적 사고’, 아이디어를 낼 때 필요한 것은 ‘발산적 사고’라고 해요. 우리 뇌가 가진 두 가지의 ‘모드’라고 할 수 있죠.
저는 원래 아이디어를 내면서 동시에 정리해서 시간을 단축하려고 했었는데, 그렇게 하니까 이도 저도 제대로 안 됐어요. 그러다 창의적 사고에 관한 책을 읽고 수렴 모드와 발산 모드의 존재를 알게 되었어요. 언제 어떤 스위치를 올려야 할지 알게 되니, 소중한 정신적 자원을 훨씬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오늘은 수렴과 발산이 무엇인지 알려드릴게요.
1️⃣ 효율적으로 착착착, 정리하는 ‘수렴 모드’
수렴적 사고란 흩어져 있는 여러 가지 정보를 분류하고 정리하는 사고예요. 수렴 모드의 뇌는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잘 해요. 수렴 모드를 활용하면 빠르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으니 효율적이에요. 한국의 일반적인 회사에서는 수렴 모드를 잘 쓰는 사람들이 높은 평가를 받는 경향이 있죠. 제가 아는 창의 워크숍 강사님이 이런 경험담을 공유하시더군요.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창의 워크숍을 해보면, 자기 아이디어를 쏟아내지 못해서 안달이에요. 그런데 과장급, 부장급을 대상으로 창의 워크숍을 하면 전혀 달라요. 서로 가만히 눈치만 보다가, 누군가 용기 있게 아이디어를 던지면 너도나도 감추었던 칼을 꺼내서 비판하는 진풍경(?)이 연출되죠.
왜 그럴까요? 회사 생활을 오래 하면 더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하고, 더 자주 보고를 하고, 아이디어를 내기보다는 여러 아이디어 중에서 고르는 일을 더 많이 하게 돼요. 계속 그렇게 일하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죠. 뇌가 수렴 모드에 고정되어서, 발산 모드로 전환하는 스위치가 잘 작동하지 않는 거예요.
2️⃣ 끝 모르게 쭉쭉 뻗어나가요, ‘발산 모드’
아이디어를 낼 때는 발산적 사고가 필요해요. 발산적 사고란 하나의 정보를 시작으로 사방팔방 뻗어나가는 사고예요. 따라서 발산 모드의 뇌는 체계나 논리와는 거리가 멀고, 탐색적이며 확산적이에요. 하나의 답을 향해 곧장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기웃기웃하기 때문에 효율적이지 않아요.
아이디어를 낸다는 것은 자료 조사나 정리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활동이에요. 하던 대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기존과 다르게 탐색해서 다른 생각을 떠올리는 활동이에요. 아이디어를 낼 때 발산 모드가 잘 작동되어야 하는 이유, 아이디어를 낼 때 효율을 따지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이것이에요.
3️⃣ 발산 회의, 수렴 회의를 구분해야 해요
열심히 일상 업무를 하다가 갑자기 “자, 지금부터 아이디어를 내보자!” 하고 외친다고 해서 모드 전환이 바로 이뤄지지는 않아요. 특히 효율을 추구하는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수렴 모드에만 익숙해져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일은 비효율적이고 위험한 일로 여겨지기 때문이에요.
따라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독려하려면 창의적으로 생각해도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야 해요. 회사에서 가장 손쉽게 이런 환경을 구현하는 방법은 아이디어 회의만이라도 발산과 수렴을 분리하는 것이에요.
다양한 아이디어를 만들려면 발산적 사고를 할 때 검열하지 않고 일단 다 쏟아내야 해요. 그러고 나서, 수렴적 사고를 할 때 그 아이디어를 다시 평가하고 다듬어가는 거예요. 시간 아깝다고 발산과 수렴을 마구잡이로 섞어 버린다면, 창의적 아이디어는 탄생하지 못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