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정말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 일 년에 몇 번 있는 명절에 온 친척이 모이면 빠지지 않는 첫 인사는 “많이 컸다”, “못 알아보겠네”가 대부분이고, 실제로 아이들이 훌쩍 큰 모습을 보면 새삼 시간이 참 빠르구나 하고 느낀다. 아이들이 자라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고 그 쑥쑥 크는 모습을 보는 것 또한 부모로서 참 뿌듯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바로 아이의 성장에 따라 순식간에 맞지 않게 된 옷과 신발들 때문이다. 새것을 사기엔 또 금방 작아질 듯해서 아깝고, 그렇다고 벗거나 맨발로 다닐 순 없는 노릇이고 그래도 내 아이에게는 좋은 것을 해주고 싶고. 하루하루 살아가기 빠듯한 빈민가의 사람들 역시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마찬가지의 고민으로 한숨을 쉴 것이다. 그리고 여기 그들을 위해 한 켤레당 최대 5년까지 신을 수 있는 신발이 있다. 바로 The Shoe That Grows가 그 주인공이다.
The Shoe That Grows(자라나는 신발) 단체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신발 없이 살아가는 아이들은 3억명이 넘는다고 한다. 많은 아이들이 작아서 맞지 않는 신발의 앞 코를 뚫어 신고 또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맨발로 다닌다. 이렇게 발을 보호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흙을 통해 옮겨지는 미생물과 기생충 때문에 각종 질병에 노출된 위험 속에서 살아간다. 이 문제의 해법으로 The Shoe That Grows는 이름 그대로 아이들의 자라나는 발 사이즈에 맞춰 크기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신발을 내놓았다. 사이즈를 맞추기 위해서는 양 옆과 앞, 뒤에 달린 연결 버튼을 조작하면 되는데, 신발의 좋은 가죽 재질과 함께 오 년을 함께 버틸 수 있을 만큼 튼튼하게 만들어졌다.
The Shoe That Grows는 30달러를 결제하면 개인이 구매하거나 신발이 없는 아이들에게 한 켤레의 신발을 선물할 수 있다. 또 Fill a Duffle 패키지를 선택하면 큰 자루(Duffle)에 50켤레의 신발과 옷을 가득 채워 빈곤층 어린이들에게 선물할 수 있는데, 마음먹고 하는 선행이라면 대량 기부의 충동을 느끼게 하는 상품이 아닐까 싶다.
INSIGHT
The Shoe That Grows는 처음 보았을 때 첨단 과학 기술이 들어가거나 제조 과정이 복잡해 보이는 그런 제품은 아니다. 물론 연구 과정이 복잡했을 수는 있지만 ‘자라나는 신발’이라는 이름이 주는 인상과 기대처럼, 과학기술을 이용해 물리적으로 신발이 자라거나 마법처럼 공간이 뿅 생기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저 발이 자라면 한 칸 한 칸 버튼을 수동으로 조정하여 신을 뿐이다. 그래서 이름을 듣고 기대에 부푼 상태에서 상품을 보면, 마치 영화 속에서 자유롭게 날아다니던 슈퍼맨이 현실에서는 줄을 등에 달고 카메라 앞에 서 있는 것을 본 느낌이다. 하지만 The Shoe That Grows의 의의는 여기에 있다. 사람들이 머릿속에서 상상만 하던 것을 현실화해냈다는 것.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상품을 그려보았을 것이다. 아이들은 마음에 들지만 작아진 캐릭터 신발을 꺾어 신으며 버튼을 누르면 다시 딱 맞아지는 신발을 상상했을 것이고, 어머니들은 더 이상 아이에게 맞지 않는 신발을 들고 “아이고, 신발도 같이 자라면 좀 좋아!”라고 푸념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스쳐가는 생각은 그 순간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또 그중 극소수가 현실화된다 해도 근사했던 머릿속 아이디어와 현실이 타협한 모습은 대부분 실망스럽다. 그렇지만 돌이켜보면 모든 혁신은 머릿속에만 존재하던 무형의 것을 유형화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식상하지만 애플이 그랬고 페이스 북이 그랬고 구글이 그랬다.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것을 그냥 흘려보내지 마라. 헛된 망상이라고 치부해버린 아이디어는 혹시 없는가? 다시 꺼내 닦아 보자. 귀한 보석일지도 모르니.
이코노믹리뷰 [박성연의 비영리를 위한 혁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