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를 틀면 제일 많이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셰프’가 아닐까 싶다. 장래 직업으로 ‘셰프’를 꼽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 데이비드 리도 셰프다. 그런데 그는 좀 독특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페어스타트 레스토랑. 공평한 출발.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식당은 노숙자, 알코올중독자, 실직자 등 어려운 이웃에게 요리를 통해 자립을 도와주는 사회적 기업이다.
88서울올림픽이 열리기 한 해 전 87년, 시애틀에서 탑 셰프로 유명했던 데이비드 리는 요리사를 그만두고 노숙자들에게도 따뜻한 음식을 제공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뜻있는 사람들과 ‘커먼 밀즈’라는 자선 단체를 만들었다. 교회 부엌 한켠을 빌려 음식을 제공하고 일손이 모자랄 때는 노숙자들에게 도움을 청했는데, 열심히 배우고 참여하는 노숙자들을 보면서 ‘노숙자들에게 요리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아예 요리를 가르쳐 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떠올렸다. 누구는 생각만 했겠지만 그는 실천에 옮겼다. 일반인이 아닌 노숙자, 마약 중독자, 전과자들을 대상으로 페어스타트라는 비영리 요리 학원을 만들었고 이후 페어스타트 레스토랑을 열었다. 16주 동안 요리를 배우고 실습할 장소가 필요했던 것이다. 뒤이어 바리스타 과정도 오픈되었고 이들이 실습할 수 있는 페어스타트 카페도 열었다.
페어스타트는 단순히 의미가 좋은 식당이 아니다. 미국의 지역 평가 서비스로 유명한 yelp에서 4.5를 받을 만큼 맛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식당의 본질인 음식 맛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훌륭한 프로그램 덕분이기도 하지만, 매주 목요일에는 이 지역 유명 레스토랑 셰프들이 게스트로 와서 자신들의 레시피와 기술을 가르쳐 주고 음식을 서브하는 ‘게스트 셰프 나이트’도 열린다. 3가지 코스 요리에 29.95달러로 인기가 아주 높다. 페어스타트는 분명 즐거운 곳이다. 고급 레스토랑의 코스 요리를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어서 입이 즐거운데, 자신이 먹는 이 한 끼로 누군가의 자립을 도울 수 있다고 하니 마음까지 즐거운 곳이다.
관련 링크 : http://www.farestart.org/
INSIGHT
‘훌륭한 음식, 더 나은 삶’(Great Food, Better Lives)이라는 페어스타트의 모토는 단순히 구호가 아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와 노력 끝에 자신만의 방식을 찾았다. 더 훌륭한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지역의 최고의 셰프들을 초대했다. 최고의 셰프들과 함께 일하면 단순히 요리 레시피만 전수 받는 것이 아니다. 최고의 사람과 호흡을 맞춰 일함으로써 오는 성취감이나 팀웍을 배울 수 있다. 그리고 페어스타트는 단순히 요리만 가르치지 않았다. 자립이 목표이기 때문에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치유하는 상담, 인생 관리 기술, 이력서 작성법, 면접 요령 등 자립에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끝나고 직장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그 덕택에 지금까지 졸업한 7000여 명의 졸업생 중 90%가 90일 내에 직장을 구했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한 것이다. 모델은 심플하다. 하지만 그 심플한 모델이 현실에서 굴러가기 위해서는 칼날같은 정교함이 필요하다.
이코노믹리뷰 [박성연의 비영리를 위한 혁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