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큘럼도 선생님도 없는 창의적 학습 공간, 비비타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4차 산업 시대에 빠지지 않고 이야기되는 것이 바로 ‘창의력’이다. 하지만, 창의 국어, 창의 수학, 창의 영어. 온통 ‘창의’ 딱지로 도배된 현실 속에서 일본의 교육 혁신 기업 비비타(VIVITA)는 아이들이 어떻게 창의력을 기를 수 있는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도쿄에서 2시간쯤 걸리는 지바현에 있는 츠타야 서점 2층에는 비비타가 운영하는 비비스톱(VIVISTOP)이라는 공간이 있다. 비비스톱을 수식하는 단어는 많다. 학교, 작업실, 놀이터, 메이커스. 하지만 그 어느 하나만으로 규정할 수 없다.

이곳은 커리큘럼도 없고, 교사도 없다. 다만 아이들이 만들 수 있는 도구와 자료가 제공된다. 나사 부품부터 3D 프린터, 레이저 커터까지. PC, 태블릿부터 애니메이션이나 사운드를 제작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도 있다. 각종 도구와 소프트웨어 툴을 활용해 아이들은 그저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만들면 된다.

이곳에 어른들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소니 등 대기업에서 자원봉사자로 나선 유능한 엔지니어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건 아니다. 아이들 스스로 만들고 싶은 것을 찾고, 그것을 만들 수 있도록 하되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 없을 때만 약간의 도움을 줄 뿐이다. 제로에서 시작하는 힘, 좋아하는 것을 스스로 찾는 체험 등을 장려하는 이곳에서는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며 창의적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도록 돕고 있다.

결과는 놀라왔다. 어떻게 쓸지 모를 것이라는 염려는 쓸데없었다. 연령이 서로 다른 아이들이 뒤섞여 협업을 통해 창의적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로봇도 만들고, 레고도 만들었다. 단순한 로봇 조립 기술이나 코딩 기술을 배운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해 낸 무언가를 직접 만들어 보는 경험을 배웠다. 새 제품만 주지 않고 폐품을 비치해 놓았더니, 폐포장지를 활용해 장바구니도 만들고 업사이클링을 해냈다.

비비타는 거의 모든 프로그램을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의 동생으로 유명한 손태장 회장이 비비타의 투자자이자 CEO다. 경제적, 사회적, 지역적 제약 격차 없이 모든 아이들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취지로 비비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비비타는 에스토니아에 두 번째 비비스톱을 오픈하며, 전 세계에 자사의 교육 혁신 모델을 확산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https://vivita.co/

 

INSIGHT

선행학습이 보편화되면서,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아이들에게 오히려 ‘이미 다 알고 있지?’라고 되묻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지금까지의 우리 교육은 궁금함에서 오는 재미, 위대한 발견을 한 학자들에 대한 감사 등을 느낄 새도 없이 묻지도 따지지 않고 정해진 틀 안에서 열심히 답을 찾는 교육을 시켜왔다. 그런데, 그 정답은 문제지 안에만 있다. 현실은 정답이 있는 게 아니라 해답이 있을 뿐이다. 정답 찾기를 멈추고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답을 찾고 싶도록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야 한다. 그 마음이 일면 아이들은 행동한다. 어서 빨리 한국형 비비타가 생겼으면 좋겠다.

[박성연의 비영리를 위한 혁신]  2018.12.02

저자 크리베이트
발행일 2019-05-02

멤버십으로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즐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