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성매매 전단지가 있다. 어떻게 하겠는가? 곧바로 신고해서 성매매를 하는 이들을 처벌 받게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성매매 업자의 전화번호 하나 정지시키는 데도 며칠씩 소요가 된다. 올해 초에는 전단지 배포를 단속하던 구청 직원이 다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대포킬러’가 있다. 성매매 전단지 전화번호가 접수되면, 3초에 한 번씩 자동으로 전화를 걸어 업자와 성매매 수요자가 통화를 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대포킬러 시스템에 성매매를 알선하는 업자의 번호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전화를 걸어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입니다. 이 전화는 도로변에 살포된 성매매 전단지에 기재된 전화번호로, 성매매 전단지는 옥외광고물 및 청소년 보호법률을 위반해 수사 중에 있습니다. 즉시 불법 성매매를 중지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 음성이 나온다. 이 번호를 차단하더라도 다른 번호로 계속 전화가 걸리기 때문에 수요자와 연결될 여지를 없애 성매매를 막는 것이다. 성매매 전단지에 사용되는 전화번호는 대부분 대포폰이기 때문에 대포킬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대포킬러의 작동원리는 특정 서버나 웹 페이지에 감당하지 못할 만한 수준의 트래픽을 걸어 무력화하는 디도스(DDos) 공격과 유사하다. 악명 높은 해킹 방법이 공익을 지키는 방법으로 사용되게 된 것이다.
대포킬러는 시민봉사자와 자치구, 민생사법경찰단이 힘을 합쳐 운영한다. 시민봉사자와 자치구가 성매매 전단지를 수거하고 사진을 찍어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에 보내면, 민생사법경찰단에서 시스템에 전단지에 나온 전화번호를 입력하는 방식이다. 전단지 신고는 전단지가 주로 배포되는 밤 9시 이후에 집중된다. 시스템에 연락처를 입력하면 입력된 시간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작동한다. 실시간으로 대응이 가능하다. 대포킬러가 개발되면서 전단지에 대한 수사의 패러다임이 검거에서 성매매 예방으로까지 확산 전환된 것이다.
대포킬러가 도입된 8월 14일 이후 29일까지 약 3주간 30여건의 성매매 번호가 적발됐다. 지난 한 해 동안의 번호 정지 건수는 93건이라 하니 효과는 확실하다. 언론에 보도된 이후 자원봉사로 전단지 신고에 나서겠다는 주민들의 문의도 늘고 있다고 한다.
INSIGHT
요리사에게 칼은 훌륭한 도구이지만, 강도에게 칼은 무기이다. 같은 기술이 해킹에 쓰일 수도 있지만, 범죄 예방이 될 수도 있다. 결국 기술 그 자체보다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더 중요하다. 알파고 이후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3D 프린팅, IoT, 로봇. 어딜 가나 기술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그런데 온통 우리나라가, 우리 조직이 그 기술에 얼마나 뒤처졌고, 얼마나 앞서고 하는 속도에 관한 이야기뿐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가, 우리 조직이 그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지, 그 활용을 위해서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다. 무익한 기술이 될지, 유익한 기술이 될지는 결국 사람 손에 달려 있기에.
이코노믹리뷰 [박성연의 비영리를 위한 혁신]
2017.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