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기저귀를 살리려면

불과 20, 30년 전만 하더라도 갓 태어난 아기가 있는 집에서는 천으로 된 기저귀들을 말리느라 온 집안이 빨래로 뒤덮여 있었다. 하지만 1980년대 ‘일회용 기저귀’의 발명으로 전 세계의 수많은 엄마들이 빨래에서 해방되는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되었고, 일회용 기저귀는 역사에 남을 발명품이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엄마들의 걱정거리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천 기저귀에 비해 비싼 가격도 부담이었지만, 왠지 ‘아기의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또한, 매일 버려지는 수많은 양의 일회용 기저귀가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막연한 죄책감도 느끼게 되었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매년 사용하는 일회용 기저귀는 약 19억개라고 한다. 이는 아기가 있는 집에서 나오는 쓰레기의 70%가 일회용 기저귀이며,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생활폐기물의 15%를 차지한다는 말이다.

이 문제를 좀 더 혁신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을까? 사용하고 난 기저귀가 쓰레기가 아니라 자원이라면? 실제로 일회용 기저귀는 양질의 ‘펄프’와 ‘플라스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점에 착안한 네덜란드의 한 민간 기업에서는 매일 버려지는 일회용 기저귀를 따로 수거해서 이를 물, 펄프, 플라스틱, 퇴비 등으로 분해하여 구두 중간창이나 화분에 재활용하고 있다.

일회용 기저귀로 또 어떤 것을 할 수 있을까? 일회용 기저귀 대신 쓰레기가 안 나오는 기저귀를 쓴다면? 그것이 바로 예전부터 쓰던 ‘천 기저귀’이다. 천 기저귀의 장점은 많다. 종이 기저귀와 달리 천 기저귀는 소변을 누면 금방 축축해져서 아기가 즉시 반응할 수 있고, 그래서 더 자주 갈아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아기와의 스킨십도 더 늘어난다. 아무리 이런 장점이 많다고 해도 기저귀를 빨고 말리는 일을 온종일 감당해야 한다면,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만약에 그 일을 직접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면 어떨까? 실제로 우리나라의 사회적 기업 ‘송지’는 천 기저귀를 대여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금액도 일회용 기저귀를 사용하는 것에 비해 3분의 2 정도로 저렴하고, 집에서는 하기 힘든 고온세탁, 고온건조 등을 통해 집에서 빨래하는 것보다 청결한 상태로 관리된다.

INSIGHT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세계에서 최하위권에 속한다. 정부에서도 이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고 여러 출산장려정책을 펴고 있지만 그 효과가 아직은 잘 나타나지 않는 것 같다. 아마도 그 이유는 직접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이 느끼는 재정적·육체적 부담이 줄어들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땅의 수많은 엄마들은 오늘도 기저귀 하나를 쓰는 데도 고민을 할 것이다. 엄마들의 고민과 노동을 덜어줄 수 있는 서비스가 많이 생긴다면 육아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어 출산율은 조금은 올라갈 것이다. 그 정책이, 그 서비스가 듣고 보도 못 한 기상천외한 것이나 새로운 것일 필요는 없다. 이전에 있던 것 중에서도 좋은 것들이 많다. 물론, 지금까지 살아남지 못하고 도태되었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흔히 어떤 아이디어를 채택할 때 사소한 결점 때문에 전체를 버리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좋은 것이 있다면 어떻게든 그 좋은 것을 살리고자 애쓰면 방법은 있다. 반드시!

이코노믹리뷰 [박성연의 비영리를 위한 혁신]

저자 크리베이트
발행일 2016-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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