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하지 마시고 예술활동 하세요

우리나라는 유교문화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부모님께 효도하고 조상을 잘 모시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한다. 또한, 예전보다 그 정도가 약해지기는 했어도 노약자에 대한 공경심과 배려심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도 ‘노약자가 모여 있는 시설’에 대해서는 태도를 달리한다. 자신이 사는 동네에 노인요양시설이 들어올라치면 이러저러한 이유를 들며 반대한다. 건강한 노인들을 위한 시설이라고 해도 그 반감이 줄어들지 않는다. 왜 사람들의 이런 이중적인 모습이 나오는 것일까? 아마도 노인시설이 가지는 전형적인 이미지가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노인시설’의 이미지를 좋게 바꾸는 방법은 없을까?

미국 캘리포니아 주 버뱅크에 위치한 비영리 단체 ‘인게이지(EngAge)’는 노인들이 예술활동을 통해 자신의 숨은 탤런트를 찾고 나아가 그렇게 얻은 능력으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일을 한다. 인게이지의 설립자인 팀 카펜터는 헬스케어와 실버산업 관련 사업을 하던 중 기존의 방법으로는 노인시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뒤 주택개발을 하던 존 허스키와 손을 잡고 이런 시설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 사회는 응급 환자를 우선으로 하고 있어요. 아플 때까지 기다렸다가 비로소 병원을 찾는 거죠. 그래서 저희는 사람들이 의사를 만나러 가야 할 일이 생기기 전에 평소에 건강한 일상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기로 결심했습니다.” 인게이지를 처음 설립한 팀 카펜터는 말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일이 수월하게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집에서 쉬고 있는 노인들이 그동안 전혀 접해보지 못한 예술 수업을 듣게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굉장히 사교적이고 노인들과 잘 통하는 사람들을 고용해 노인들을 설득하는 작업부터 시작했고, 수업 내용도 ‘정원 가꾸기’나 ‘아이들과 놀아주기’와 같이 쉽게 시도할 수 있는 것부터 시도하였다. 또한, 예술을 공부하는 학생들로 하여금 노인 복지시설에서 생활하는 5000여명의 노인들을 찾아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도 추진했다.

현재 이들은 예술과 평생교육, 세대 간 교류 프로그램 등을 통해 노인들이 지금보다 건강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노인들을 떠올리면 연상되는 ‘은퇴’, ‘무기력함’, ‘천천히 살기’ 등과 같은 부정적 이미지를 없애 노인들의 커뮤니티가 지역 사회에서 외면받지 않게 하는 것이다.

관련링크: http://www.engagedaging.org/


INSIGHT

우리나라에도 몇몇 ‘고급 시니어 타운’이 존재한다. 이런 업체들은 입주민들에게 편리한 의료시설과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런 시설의 입주에 대해서는 주변 지역의 사람들도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시니어 타운 대부분은 비싼 입주비용과 관리비용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대다수의 노인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얘기다. 그리고 비록 시설 내에서의 다양한 활동은 지원할지라도 그것이 지역의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거나 일을 하는 것까지 지원하지는 않는다. 사실 노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좋은 의료시설, 맛있는 음식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본인들이 늙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잊게 해주는 의미 있는 활동, 다양한 사람과의 교류’ 아닐까? 마치 본인들이 젊은 시절 열심히 일하며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그때처럼 말이다. 또한, 지역 주민들도 이런 교류를 통해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된다면 노인시설이라고 해서 일방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회가 점차 고령화로 바뀌어 가면서 노인을 위한 복지시설, 서비스,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정부에서도 해마다 ‘노인’을 주제로 한 많은 연구 주제들을 내놓고 있다. 대개는 ‘어떤 서비스를, 어떤 제품을, 어떤 정책을 만들까’만 고민한다. 공급자의 입장이 아닌 정말 노인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분명 다른 답을 찾게 될 것이다.

이코노믹리뷰 [박성연의 비영리를 위한 혁신]

저자 크리베이트
발행일 2016-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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