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 속도를 지키게 하는 새로운 방식, 과속 방지 복권

여기 규정 속도로 운전하도록 되어 있는 도로가 있다. 만약 규정 속도를 지키지 않는다면? 아마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범칙금을 내거나 혹은 운이 좋아 그냥 패스이거나. 그런데 규정 속도를 잘 지킨다면 어떤 결과가 돌아올까? 불행하게도 규정 속도를 잘 지키고 교통 법규를 잘 지킨다고 특별히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런데, 여기 그 발상을 뒤엎은 재미있는 사례가 있다. 제한 속도 구역을 지날 때 과속하지 않고 지나가면 표지판에 페이스북의 ‘좋아요(like)’처럼 엄지손을 들어준다. 즉각적인 칭찬을 해주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과속하지 않은 차량들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복권을 지급했다. 사람들에게 기대감을 갖게 한 것이다.

보상금은 어떻게 마련했을까? 현명하게도 과속한 사람들로부터 받은 과태료에서 지급했다. 이 캠페인은 2010년 폭스바겐이 전 세계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주최한 Fun Theory Award 공모전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한 과속방지복권(Speed Camera Lottery) 캠페인이다. 스웨덴 도로교통부와 협업하여 아이디어가 실제로 구현되었고, 이 프로젝트로 해당 도로의 평균 속도는 32㎞/h에서 25㎞/h로, 22% 정도 낮아지는 효과를 보였다.

관련링크 : http://www.thefuntheory.com/speed-camera-lottery-0

INSIGHT

예전에 사람들의 행동을 연구해 에너지를 줄이는 기업 오파워를 소개했었다. 포커스를 ‘에너지’에서 ‘사람’으로 옮겨서,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반응하는지에 주목해 에너지를 줄인 사례였다. 과속방지복권도 비슷하다. 포커스를 ‘규정 속도 지키기’에서 ‘사람’으로 옮겼더니 다른 해법이 나왔다. 사람들에게 잘했다는 피드백을 즉각적으로 해주고, 심지어 복권의 행운까지 선사했더니 사람들의 행동이 변했다.

사람들은 즉각적인 피드백에 움직인다. 흔히들 사람을 움직이는 건 ‘벌’이나 ‘경쟁’이라고 생각하지만 경쟁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피드백이요, ‘벌’은 즉각적이지 않을 때 소용이 없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신이 어떤지에 대한 피드백을 원한다.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규정 속도를 지키지 않았을 때 범칙금을 매기는 방식은 즉각적인 피드백도 아니고, 걸릴 지 안 걸릴지 알 수가 없는데 이 ‘알 수 없음’에 작은 스릴마저 있다. 세상에 수많은 규칙들이 있다. 그 규칙을 지키라고 벌칙을 만들었다. 우리는 이를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 벌칙이 정말 규칙을 지키게 하는지, 규칙을 지킬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저 멀리 ‘규정 속도 지키기’부터 ‘내 안에서 내가 만든 규칙’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이코노믹리뷰 [박성연의 비영리를 위한 혁신]

저자 크리베이트
발행일 2016-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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