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행동을 연구해 에너지를 줄이는 기업, 오파워

여기 에너지 절약을 취지로 한 선전 문구가 있다. 어떤 문구가 사람들을 행동하게 만들었을까?

“매달 54달러가 절약됩니다.”

“여러분이 지구를 살릴 수 있습니다.”

“여러분도 좋은 시민이 될 수 있습니다.”

놀랍게도 이 세 문구는 모두 효과가 없었다.

“여러분의 이웃 중 77퍼센트가 에어컨을 끄고 선풍기를 켰습니다.”

사람들은 이 문구에 움직였다. 실제로 가정에서 에너지 소비량이 줄어들게 만든 문구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용 절약을 알려주면 에너지를 아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혹은 환경 보호라는 대의에 동참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사람들을 움직인 것은 이웃과의 비교였다. 이 실험은 2004년 캘리포이나 주립대에서 실시된 연구였는데, 이 실험을 인상 깊게 본 댄 예이츠와 앨릭스 래스키는 오파워라는 에너지 절약 회사를 만들었다. 에너지 절약 회사라고 하면 테크롤로지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거나 에너지 자체를 생산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십상인데, 오파워는 특이하게 행동과학에 근거하여 사람들이 에너지를 줄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개인의 전기 사용량뿐만 아니라 이웃의 사용량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자신이 이웃보다 전기를 더 쓴다는 사실에 ‘내가 뭘 잘못하고 있나? 이웃은 뭔가 잘 하고 있나?’하고 생각하게 되고 이는 결국 에너지를 줄이는 행동으로 이어진다. 또 소비자 스스로 ‘이전 달보다 5% 덜 쓰겠다’ 같은 약속을 하도록 유도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지기 위해 이를 지키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오파워에서는 ‘에어컨을 덜 쓰면 얼마를 더 번다’는 표현 대신 ‘이런 행동을 하면 얼마를 손해본다’는 표현을 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이익보다 손실에 더 민감하기 때문인데, 이는 손실 회피에 근거한 것이다. 손실 회피란 말 그대로 사람들은 손실을 피하려고 한다는 것인데, 그만큼 사람들은 손실에 더 민감하다. 예를 들어 문제를 맞혀서 이기면 200달러를 받고 틀리면 100달러를 내야 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200달러를 받을 수 있음에도 참여를 꺼린다. 얻게 될 200달러보다 잃게 될 100달러를 더 크게 느끼기 때문인데, 이러한 사람들의 편향된 선택을 밝힌 대니얼 카너먼은 심리학자임에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그가 창시한 행동 경제학이 이렇게 오파워의 고지서 문구에도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또 몇 해 전에는 전력 수요 최대치를 줄이기 위해 문자 메시지, 이메일, 음성사서함으로 고객에게 각 가정의 상황에 맞춰 전력 수요가 높은 시간에 소비를 줄일 수 있도록 했다. 그 방법이 대단한 건 아니었다. 그저 ‘식기 세척기를 전력 수요 최대 시간을 피해서 돌리세요’ 같은 사소한 메시지였지만, 실제 전력 소비량이 5퍼센트나 감소했었다. 지금까지 오파워가 설립된 후 절감된 에너지 총량은 5테라와트로, 뉴혐프셔 주의 130만 가정 전체에 1년 동안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라고 한다.

관련링크: https://opower.com/

INSIGHT
오파워 이전의 고지서는 공급자가 소비자에게 에너지를 쓴 만큼의 양을 돈으로 청구하는 방식이었다. 사람들은 돈을 내면 그뿐이었다. 오파워는 청구서를 받아든 ‘사람’을 놓고 다시 고민했다. 포커스를 ‘에너지’에서 ‘사람’으로 옮겨놓았더니 연간 2억5000만달러, 미국에서 생산되는 태양열 에너지 발전량 정도를 절약했다. 값비싼 장비도 필요 없고, 설치하는 데 어마어마한 비용도 필요 없이 고지서에 적힌 문구와 디자인을 바꾸었을 뿐인데 말이다. 그런데 결코 고지서 한 장의 차이가 아니다. 우리가 무엇을 주목하고 무엇을 중히 여기는지의 차이가 이처럼 클 수 있다.

이코노믹리뷰 [박성연의 비영리를 위한 혁신]

저자 크리베이트
발행일 2016-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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