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신개념 갱생 프로젝트, 감옥 내 회사

장발장은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간 감옥살이를 하지만, 출소 후 어느 신부의 선의로 갱생한 뒤 공장을 세워 사장, 시장이 된다. 한순간의 실수로 감옥에 수감된 사람들 역시 현대의 장발장을 꿈꾸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일반인도 취업하기 어려운 지금 세상에 빨간 줄을 달고 나와 출세하기란 하늘에 별 따기다. 이에 이탈리아 중부의 도차(Dozza) 교도소에서는 수감자에게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는 신개념 갱생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012년, 도차 교도소 내부에 FID라 불리는 기계 회사가 생겼다. FID는 이탈리아어로 ‘도차 교도소에서 기업하기’의 약자인데 국내의 3대 기업으로 불리는 IMA, 마르체시니 그룹, GD SpA가 수감자들의 갱생 및 자립을 도우려는 목적으로 정식 설립한 회사이다. 사실 수감자들의 갱생을 위한 기술 교육 프로그램은 흔한데, FID는 갱생 의지가 강한 모범수들을 뽑아 기술 계약을 하고 정규직으로 계약을 체결해 준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볼로냐 대학의 조르지오 교수와 발레리아니 재단의 정교한 기획으로 탄생한, 경력을 쌓을 수 있는 이 새로운 시스템은 사회적 책임에 민감한 대기업들의 호의적 반응 또한 얻고 있다. 일단 모범 수감자 10명을 선정해 기본적인 기술 교육을 실시한 후, 은퇴한 본사의 직원들로 구성된 튜터들을 투입하여 그들의 업무 적응을 도와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게다가 FID는 수감자의 신분으로는 상상하지 못했던 정규직의 계약 급여를 제공하는 등 파격적 대우를 보장한다. 따라서 수감자들은 납품일을 맞추기 위해 정해진 시간 외에 작업을 하는 등 큰 갱생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에 FID 측은 이들이 즐거운 마음과 환경에서 작업에 집중 할 수 있도록 이들만을 위한 식당과 같은 복지에도 신경 쓸 예정이다.

INSIGHT
죄를 지어 감옥에 갔다는 것은 정상적인 사회인으로서의 자리를 잃었다는 낙인이다. 하지만 FID는 갱생 프로젝트를 통해 이미 뒤쳐져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전문적인 경험과 지식을 제공함으로써 목표와 소속감을 부여한다. 목표와 소속감이 생긴 사람들은 더 이상 낙오자가 아니며 자신이 부여받은 가치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그것을 발판으로 진정한 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따라서 FID는 그저 단순한 기술 교육 프로그램이 아니다. 자신의 삶에서 많은 것이 결여되었고 그것들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당신은 우리에게 속해있으며 우리는 당신과 함께 한다’는 따뜻한 응원인 것이다. FID는 그들에게 마치 장발장이 신부의 선의로 간직하게 된 은촛대와 같은 진정한 의미의 갱생이다.

이코노믹리뷰 [박성연의 비영리를 위한 혁신]

저자 크리베이트
발행일 2016-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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