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를 품은 장난감 레고

11월 4일은 점자의 날이다. 송암 박두성 선생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한글 점자인 ‘훈맹정음’을 만들어 발표한 날인 1926년 11월 4일을 기념하는 것이다. 올해는 손으로 읽기 적합한 6점 체계의 점자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한 루이 브라유(1809~1852)의 탄생 207주년이다. 점자를 고안한 루이 브라유 역시 어린 시절 사고로 실명을 하게 되었는데, 그는 기존의 12개의 점보다 훨씬 간단한 6개의 점으로 된 점자를 고안했다. 이후 점자 보급이 활발해졌지만 여전히 점자를 배우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브라질의 비영리 단체 도리나 노이우 재단(Dorina Nowill Foundation)과 광고회사 TBWA는 점자블록을 새롭게 개발했다. 점자를 고안한 브라이유의 이름을 딴 브라이유 블록(Braille Bricks)이다. 이 블록은 일종의 변형된 레고 장난감이다. 레고는 올록볼록 돌기가 튀어나와 있기 때문에 이 돌기의 위치와 개수를 조합해 알파벳 블록을 만들고, 시각 장애인과 아이들은 이 블록을 통해 쉽고 재미있게 점자를 배울 수 있다.

한 연구에 의하면 미취학 아동의 경우 장애아는 놀이에 잘 가담하지도 않고, 비장애아는 처음에는 장애아에게 관심을 보여도 몇 번 거부당한 후 흥미를 잃는 등 장애아와 비장애아들이 서로 잘 섞이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하지만, 이 블록을 통해 장애아와 비장애아가 어울려 놀면서 재미는 물론 배움도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레고의 공식 제품은 아니라서 시중에서 살 수는 없지만 재단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로 디자인을 공개했다.

레고와 점자를 결합하는 시도는 이미 2014년 실리콘밸리에서도 있었다. 14세 인도계 소년 슈브함 바네르제는 레고 로봇 제작용 키트인 ‘마인드스톰’을 활용해 점자 프린터를 개발했고 ‘브레이고 랩스’라는 회사까지 세웠다. 기존 점자 프린터는 200만원 이상의 고가에 무게도 9㎏나 나가지만, 이 레고 점자 프린터는 35만원 미만에 무게도 절반 이하로 낮추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향해 도전하고 있다.

관련링크: www.braillebricks.com.br

INSIGHT 
우리나라에도 ‘점자 블록’이 있다. 걸어 다니는 보도블록 위 가운데에 노란 띠가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이 점자블록이 이어졌다 끊겼다 한다. 예를 들어 신도림역에서부터 이어진 점자블록은 사유지인 디큐브시티가 조성한 공원에 들어서는 순간 뚝 끊어진다. 미관상의 이유로 노란 점자 블록을 없앴기 때문이다. 사유지인 까닭에 별다른 수가 없다. 매일 매일 무엇을 상상하든 현실이 그 상상을 뛰어넘는 기막힌 요즘, 한 꺼풀만 들어가면 한숨 나오는 일 투성이다. 이럴 때야말로 상상력이 약이다. 나쁜 상상은 가슴을 짓누르지만 유쾌한 상상은 ‘점자블록’이나 ‘레고 점자 프린터’ 같은 따뜻함을 만들어낸다. 유쾌한 상상력이 필요한 때이다. 상상력은 새로운 현실을 만드는 기회이기 때문에.

이코노믹리뷰 [박성연의 비영리를 위한 혁신]
2016.12.13

저자 크리베이트
발행일 2018-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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