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을 막는 식물의 힘, 그린 브롱스 머신 프로젝트

가난하고 열악한 동네는 교육 환경이 좋지 않으니 결석률이 높고, 학교 폭력도 자주 발생한다. 악순환인 것이다. 그런데,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아이들과 함께 꽃과 채소를 기르며 녹색 교실을 연 주인공이 있다. 바로 스티브리츠 선생님이다.

미국에서 가장 가난한 곳, 뉴욕의 소말리아라고 불리는 사우스 브롱스의 교사 스티브리츠. 그에 대해 흔히 처음 부임한 교사로서의 열정 같은 것을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그 역시 다리 부상으로 농구 선수의 꿈을 접고 어머니의 권유로 교사가 되었을 때만 해도 그저 평범한 선생님이었다. 그런 그가 식물 전도사가 되어 <식물의 힘>이라는 책을 쓰고, 테드 강연 조회수 100만이 넘는 유명인이 된 것은 우연한 순간 때문이었다.

수업 중에 남자 아이들과 여자 아이들이 패싸움을 벌였는데, 그 어수선한 와중에 한 남학생이 라디에이터 밑에서 무엇인가 잡아챘고 그 때문에 꽃들이 와락 쏟아졌다. 그런데, 그 순간 아이들이 싸움을 멈추고 서로에게 꽃을 건네거나 엄마에게 가져다 주겠다며 꽃을 챙기는 경이로운 장면이 펼쳐졌다. 식물을 통해 아이들과 연결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그는 그날 이후 아이들 손에 총 대신 물뿌리개와 식물을 들게 했다.

이 일을 계기로 그는 아이들과 함께 공원에서 자원봉사를 하기 시작했고, 콘크리트와 철조망뿐이었던 삭막한 동네에서 쓰레기를 치우고 화단을 조성했다. 이런 일들이 신문에 나가고 주위의 관심을 받자 아이들은 생활 태도, 학습 태도 등 모든 면에서 달라졌다.

달라진 아이들을 위해 선생님이 한 일은 옥상 텃밭 프로젝트였다. 늘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는 아이들을 위해 채소를 기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홀푸드 마트에서 화려한 색상들의 과일을 보고 옥상에 딸기, 블루베리, 토마토를 심었고, 여기에 벌과 나비가 날아드는 것을 본 아이들은 탄성을 질렀다. 그는 아이들과 함께 직접 채소를 키워 이를 수확하고 서로 나누게 하며, 먹고 남은 것은 집에 가져가도록 했다. 학교에서 키운 채소를 집에 가져가면 제일 반기는 것은 가족들이었다. 자신이 가족들을 위해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뿌듯함을 느끼자 아이들은 성장하게 됐다.

옥상을 넘어 교실에서 식물을 키우기 위해 벽 전체를 식물 재배 공간으로 활용하는 ‘그린 월’을 교실에 들여놓자 교실에서 바로 요리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심지어 부모들도 싱싱한 채소를 따기 위해 교실을 찾았다.

채소는 키우는 것은 살아 있는 교육 과정이었다. 발달이 늦은 아이에게 모종을 돌보게 하고, 꽃가루를 나르면서 식물의 수정에 대해 알려주고, 물 값을 줄이기 위해 고대 수송로에 중력을 이용해 물은 보내는 방식으로 전기료를 줄이는 등 식물은 과학, 수학, 문예, 사업을 가르치는 도구가 되었다.

이는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았다. 스티브리츠는 ‘그린 브롱스 머신’이라는 프로젝트를 만들어 판을 키웠다. 그래서 학생들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까지 합세해 식물을 키우게 됐고, 자그마치 1만3000㎏의 채소를 재배하면서 브롱스가 재건되고 있다. 그가 그동안 학생들과 수확한 채소만 23톤에 이른다. 가난해서 채소가게가 없던 이 동네 3만5000여명의 주민들에게 이곳은 유일하게 신선한 음식과 채소가 있는 곳이 되었다. 방과 후에는 아이와 부모, 아이와 어른이 나란히 듣는 요리 수업도 열 예정이다.

선생님의 실천 이후 이 학교는 놀라운 변화를 거듭했다. 일일 출석률은 40%에서 90%로 높아졌고 징계 문제가 줄어들었으며, 학업 성적이 올라가고 건강이 좋아졌다. 17%에 불과하던 졸업률은 100%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아이들은 홀푸드 등 관련 업종에 취직을 하게 되었고, 교육에 관심이 있는 좋은 선생님의 더 많은 지원이 잇달았으며, 스티브리츠 선생님은 교육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국제교사상 탑 10 후보에도 올랐다. 가난한 아이들 손에 악기를 들게 한 엘시스테마처럼 아이들의 손에 식물을 들게 하자 교실에 기적이 찾아온 것이다.

Green Bronx Machine

 

INSIGHT  

훌륭한 전략과 시스템, 프레임워크도 다 중요하지만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사람이다. 한 명의 선생님이 이렇게까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아이들은 씨앗이고, 스스로에게 삶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는 믿음이 기적을 일구었다. 내가 믿고 있는 나의 굳센 믿음은 무엇인가? 정말 그렇게 믿고 있는가? 진지하게 생각해 보자.

 

[박성연의 비영리를 위한 혁신] 2018.08.12 

저자 크리베이트
발행일 2019-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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