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가지 레시피] 왜 4가지 레시피인가?

[4가지 레시피는 사진, 시간, 손맛, 남김 네 가지가 필요없는 초단간 비건 레시피입니다]

요리치라는 말이 있다. 음치, 박치, 길치처럼 요리를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요리도 결국 경험이기 때문에 많이 해보지 않으면 요리를 잘하기 어렵다. 요리 실력을 키우고자 요리책을 펼쳐들면 설명은 참 쉬운데 내가 하면 별로 맛도 그냥저냥. 모양도 사진에 본 것과 많이 다르다. 그런 경험이 한 번 두 번 쌓이면 점점 더 요리하지 않게 되고 요리는 나와는 점점 더 멀어져간다.
그런데 비건식은 식당도 별로 없고, 배달도 잘 안되고, 간편식도 잘 없다. 어쩔 수 없이 해먹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그 레시피를 접근하는 방식은 지금까지와 달라야 한다. 그래서 4가지가 없는 일명 싸가지 비건 레시피를 제안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없을까?
첫째, 사진이 없다. 한 마디 말보다 한 장의 사진이 훨씬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할 수 있다. 그렇기에 요리에서 사진은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런데, 그 사진은 다시 엄청난 좌절의 장치이기도 하다. 아무리 애를 써도 요리책 사진과 다르면 만들 맛이 안난다. 요리책에서 요리 사진을 예시일 뿐이다. 부차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요리 사진은 지금까지 너무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그래서 요리사진 없는 요리 레시피를 만들어 보고자 한다. 사진이 없어도 설명으로도 충분히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을 만큼 비건 요리는 간단하니까 요리 사진쯤은 패스.
둘째, 시간이 없어도 된다. 고기요리들은 냄새나 잡내를 없애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요리하는 경우가 있으나 신선한 야채는 생으로 먹거나 간단히 데치고 찌는 방식으로 아주 간단하게 요리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시간이 들지 않는다. 대신 시간이 걸리는 건 좋은 재료로 오랫동안 숙성시킨 간장, 된장 같은 장류들이면 된다. 그래서 4가지 레시피에서는 시간이 들지 않는 간편한 비건 레시피를 소개하고자 한다. 빠르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요리.
셋째, 손맛이 없어도 된다. 우리나라 요리 레시피는 거의 다 비슷하다. 굽고, 삶고, 데치고, 지지고, 볶은 다음 갖은 양념으로 조물 조물. 이 아리송한 레시피를 훌륭한 음식으로 둔갑시키는 것은 다름아닌 손맛이다. 음식은 손맛이거나 어머니의 손맛, 잊을 수 없는 손맛. 손맛에 대한 찬양이 대단하다. 나물만 해도 나물마다 익히는 정도와 아삭함의 정도가 다 다른데 이 오묘한 암묵지가 손맛으로 포장되면서 결국 요리 못하는 사람은 손맛 없는 사람이 된다. 비건식은 갖은 양념대신 최소한의 양념으로 자연 그대로의 맛으로 먹기 때문에 손맛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 손맛대신 음식 본연의 맛으로.
넷째, 남김. 맛있는 정갈한 요리를 하려면 정량을 준수해야 한다. 그런데 집에서 요리를 하다 보면 남는 재료가 아까워 조금 더 조금 더 넣다보면 정체불명의 요리가 되기 십상이다. 디스플레이할 때에도 먹기 좋게 조금만 올려야 한다. 그런데 집에서는 요리하면 요리한 걸 접시에 다 꺼내 놓게 된다. 음식이 남아서 냉장고에 들어가면 맛이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그래서 정갈한 요리, 예쁜 요리보다 남기지 않고 한 번에 다먹을 수 있는 요리가 집에서 먹는 비건식에는 더 맞다. 대신 먹을만큼만 만들기.
4가지가 없다고 요리를 막 만들라는 의미는 아니다. 누구보다 간절히 나를 위하고 내 몸을 위한 음식, 나의 식구들을 위한 음식을 원하는 마음은 필수이다. 문제는 이러한 마음만으로는 요리가 어렵다는 것이다.
4가지는 원래 예의염치 중 하나만 없어도 나라가 기울고, 둘이 없으면 나라가 위태롭고, 셋이 없으면 나라가 뒤집히고, 모두 없으면 그 나라는 파멸을 면치 못한다고 한데에서 유리했다. 비거닝에서는 사진, 시간, 손맛, 남김 이 4가지가 없는 레시피로 우리의 식탁을 구하고자 한다.

저자 크리베이트
발행일 2020-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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