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이 넘게 계속된 코로나19 팬데믹.
인류는 생존과 건강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그런데 건강이란 무엇일까? 예나 지금이나 건강 개념은 변함없을까?
건강은 정신과 육체 양 측면
건강의 사전적 의미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아무 탈이 없고 튼튼함. 또는 그런 상태’를 말한다.
한자로는 굳셀 건健에 편안할 강康을 써서 병(病)이 없이 좋은 기능(機能)을 가진 상태(狀態)에 있는 것이라 한다.
健은 사람 인人에 세울 건建을 합친 자로서, 建은 길을 설계하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길이 튼튼하게 설계되어야 하듯 사람의 몸이 튼튼함을 표현한다.
康은 탈곡기를 그린 천간 경庚 밑으로 쌀(米)이 떨어지는 모습이니, 먹고 사는 문제가 고민이던 시절 추수한 곡식의 낱알을 털어내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없으며 곳간을 채우니 편안하다는 뜻이다.
즉 健은 사람의 몸이 길처럼 튼튼하다는 뜻이니 육체적 건강을, 康은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어 안심한다는 뜻이니 정신적 건강을 뜻한다고도 볼 수 있다.
건강이라는 말 자체에 육체적, 정신적 건강이 모두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다만 정신적으로 편안한(康) 이유는 결국 탈곡한 곡식으로 밥을 지어 먹으며 이번 겨울을 무탈하게, 죽지 않고 날 수 있음에서 비롯된 것이니,
정신적 건강이 상당 부분 육체적 건강에 좌우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고도 볼 수 있다.
육체는 정신을 담는 그릇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실제로 건강이라 하면 정신적 건강보다는 육체적 건강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한편, 영어로는 health인데, ‘손상되지 않은’ 이라는 뜻의 옛 영어 hælþ에서 왔다고 한다.
중세에는 신체적 건강뿐 아니라 번영, 행복, 복지, 안전 등을 의미했다고 하며, 1590년대부터는 모두의 건강과 번영을 기원하는 건배사로 쓰였다고 한다.
술을 마시면서 ‘건강을 위하여’를 외치는 문화는 동서양이 다르지 않은가 보다.
건강은 병이나 탈이 없는 것
사전에 따르면 건강의 유의어로는 컨디션, 충실, 무병, 건전, 건승, 강녕 등이 있다.
각각의 의미를 살펴보면 대체로 ‘병이나 탈이 없는 것=건강’임을 알 수 있다.
병은 ‘생물체의 전신이나 일부분에 이상이 생겨 정상적 활동이 이루어지지 않아 괴로움을 느끼게 되는 현상’이며,
탈은 병을 의미하기도 하나 ‘뜻밖에 일어난 걱정할 만한 사고’를 뜻하기도 하니, 건강은 역시 육체적으로 고장 나지 않고 정신적으로도 안심한 상태를 뜻한다.
정리하면, 건강에는 육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이 있고, 각각 병(육체적 고장)과 탈(정신적 불안)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건강 자체는 원래 소극적 개념
‘병과 탈이 없는 상태’라고 정의된다는 사실에서 볼 수 있듯 건강 자체는 원래 소극적 개념이다.
지금 병과 탈이 없는 상태라면 나는 건강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더욱 적극적인 의미의 건강, 즉 웰니스(Wellness)나 활력(Vitality)을 추구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건강 개념의 확장: 적극적 건강
기나긴 팬데믹은 사람들을 집 안에 가둬 놓았고, 모기나 독감 바이러스도 희생양을 찾기 어려워하는 지경이 되었지만,
사람들은 집 안에서 무병 무탈한 health에 만족하지는 않았다. 삶의 의미, 재미, 활력소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전통적인 의미의 건강(health)은 마이너스 요인(병, 탈)이 없는 제로(0) 이상의 상태를 지칭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갈수록 플러스 요인(의미, 재미, 활력소)까지도 건강의 필요조건으로 집어넣기 시작하면서,
건강은 ‘제로(0)가 아닌 플러스’, 정적인 ‘상태’가 아닌 동적인 ‘생활방식’의 문제로 확대되었다.
젊은 세대가 건강한 습관을 만들려고 돈을 거는 시스템인 ‘챌린저스’ 앱을 사용하거나,
SNS에 바디 프로필을 자랑하는 것도 건강 개념 확대의 증거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잊지 말고 기억할 것은?
건강은 어휘 자체에 정신적/육체적 건강 양 측면이 포함되어 있다.
육체적으로는 병, 정신적으로는 탈 없는 상태가 건강이다. 즉 건강은 원래 소극적 개념이다.
하지만 오늘날 건강은 병과 탈이 없는 상태나 무병장수라는 슬로건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건강은 ‘활력, 재미, 의미를 지속적으로 얻는 생활 양식, 또는 그 양식을 구성하는 지침들의 달성 여부’라고 정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