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릭아트 뮤지엄에 가본 적이 있는지? 평면인 그림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입체적으로 그려서 관객들이 미술 작품에 동화되어 관객을 작품의 일부로 만드는 체험형 전시로 많은 각광을 받고 있다. 전시회를 가면 자주 써 있는 말이 ‘사진 찍지 마시오’인데, 이 미술관은 아예 관객이 참여하여 사진을 찍어 작품을 완성시킨다는 새로운 콘셉트를 추구한 것이다. 그리고 오늘 소개할 전시는 사진 촬영 금지보다 어쩌면 더 많이 써 있는 ‘만지지 마시오. 눈으로만 감상하세요’를 뒤집어 ‘만져주세요’가 모토인 새로운 개념의 전시이다.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프라도 미술관에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모나리자>, 프린치스코 코야의 <파라솔> 등을 비롯하여 세계적인 명화 6점을 손으로 만져 감상할 수 있도록 3D 프린팅을 하여 전시했다. 주 타깃은 바로 시각장애자들이었다. 시각장애인들은 눈이 바로 손가락이다. 일반 사람들이 시각을 통해 감각하듯이 그들은 촉감을 통해 감각한다. 손가락으로 세상을 보는 그들이 좀 더 정확하고 세세히 그림을 감상할 수 있도록, 스페인의 3D 프린팅 서비스 업체인 Estudios Durero의 디듀(Didu)라는 정교한 3D 프린팅 기술을 동원했다. 그림 속 물체의 모양과 질감을 서로 다른 높낮이로 표현하고, 특수잉크 프린트 과정을 거쳐 제작했다. 비록 2~3㎜ 정도밖에 안 되는 미세한 높낮이의 차이지만 손가락으로 그림을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은 보여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오디오를 통해 그림에 대한 설명을 하고 점자 패널 및 포스터 등의 추가 자료를 제공하여 그림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일반 관람객도 눈을 감거나 안대를 쓰고 순수 촉각에만 의지하여 새로운 방식으로 그림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INSIGHT
<프라도를 만지다> 전시는 시각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돋보이는 전시이다. 보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만져서 그림을 감상할 수 있도록 돕는 장애인, 비장애인이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전시이다. 이 깊은 배려심을 실제로 가능케 한 것은 고정 관념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림은 보는 것이라는 당연한 전제를 비틀어, 왜 그림은 보기만 해야 하는가? 왜 만지면 안 되는가? 라는 문제를 제기하고 새로운 솔루션을 찾았다. 우리는 문제가 주어지면 어떻게든 답은 찾는다. 그게 몸에 자연스럽게 배어 있다. 정작 어려운 것은 문제를 발견하는 것이고,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은 없던 문제를 만드는 것이다. 세상은 당연한 것 투성이다. 모든 게 당연한 상태에서는 문제를 찾기란 쉽지 않다. 2016년이 밝았다. 사람들은 신년이 되면 새로운 결심들을 한다. 이것 역시 고정관념일 수 있다. 올해에는 ‘어떤 새로운 문제에 도전해볼지’, ‘어떻게 새롭게 문제를 만들지’를 생각하며 새해를 여는 것은 어떨까?
이코노믹리뷰 [박성연의 비영리를 위한 혁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