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창고를 아이들을 위한 복합경험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New Space 개발

학교폭력은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공통적이고 보편적인 사회 문제이다. 하지만, 문제의 발생과 진화 과정을 보면 학생들이 자라온 환경과 학교가 위치한 지역에 따라 다르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하고 있는 서울시 학교폭력예방디자인 사업 역시 보편적인 학교폭력 예방 솔루션을 넘어 지역의 특수성을 반영한 맞춤 솔루션 도출을 목표로 발전, 진화하고 있다.

크리베이트는 2015년 도봉구 Play@방학에 이어 2017년 서울시 학교폭력예방 서비스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대상지는 서울시 광진구에 위치한 서울용마초등학교와 동작구에 위치한 서울영화초등학교, 영등포중학교, 영등포고등학교였다. 학교폭력 이슈와 관련된 보편성과 각 지역의 특수성에 기반하여 지속가능한 물리적이고 사회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물리적 폭력에서 심리적 폭력으로
최근 학교폭력의 현황을 보면 물리적 폭력에 대한 처벌, 징계가 강해지면서 물리적 폭력은 줄어들고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사이버 폭력, 따돌림, 언어 폭력 등 심리적 폭력은 증가하는 추세다. 사업 대상지인 서울용마초등학교 역시 학교폭력 유형 중 심리적 폭력이 물리적 폭력보다 높았고, 그 중에서도 뒷담화에 대한 불안이 가장 큰 상태였다. 사실 뒷담화가 학교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학교폭력으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크리베이트는 뒷담화 자체가 아니라 뒷담화라는 현상의 이면에 집중해 보고자 했다.

뒷담화의 발생시기, 이유 그리고 영향
뒷담화는 언제, 왜 발생하며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
대부분의 학교폭력은 가해자-피해자 간 힘의 균형이 깨졌을 때 발생한다. 또래 간 갈등이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힘의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학생을 중심으로 동조자가 형성되면서 학교폭력으로 심화되는 구조다. 그러나 서울용마초등학교의 경우 힘의 균형이 비슷한 상황으로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하는 것이 모호했다. 갈등 당사자를 중심으로 동조자가 형성되면서 갈등이 심화되고 그 안에서 학교폭력, 따돌림 등이 발생하는 구조였다. 즉 가해자의 가해 행위가 문제가 아니라, 갈등 당사자들을 부추기는 동조자들과 그 안에서 이뤄지는 뒷담화, 편가르기 등이 학교폭력을 유발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었다.

뒷담화 발생 원인 
그렇다면, 편 가르기와 뒷담화 같은 문제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뒷담화나 편 가르기를 하는 이유는 첫째, 정서적 지지를 얻기 위함이다. 자신이 힘들거나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타인으로부터 공감과 이해를 받고자 뒷담화를 하게 된다. 둘째, 뒷담화 대상보다 내가 우월하다는 것을 느끼기 위해 뒷담화가 이뤄진다. 셋째, 뒷담화를 통해 타인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내가 무리 안에 소속되어 있음을 느끼기 위해 뒷담화가 이뤄진다. 여기서 정서적 지지나 우월감은 뒷담화를 생산하는 소수의 정서지만, 소속감은 뒷담화 내용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동조하는 다수의 정서로 뒷담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일 먼저 해결해야할 문제였다.

소속감을 느끼기 어려운 환경
그렇다면, 왜 아이들은 뒷담화나 편가르기 같은 방식으로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 하는 것일까? 서울용마초등학교는 전교생 수가 1237명으로 우리나라 초등학교 평균 전교생 수 726명에 비해 2배 가까이 많다. 학생 수가 많다 보니 청소년기 중요한 심리적 욕구인 소속감을 느끼기 어려웠다. 여기에 서울용마초등학교가 위치한 광진구 중곡2동은 군자역과 인접한 곳으로 교통이 편리하고 상업 시설이 발달해 유입인구와 유동인구가 많은 곳으로 범죄와 교통안전에 대해 불안도가 높았다. 또한, 아이들이 머물 수 있는 공공공간도 부족해 지역 내에서 협력 활동과 연대를 경험하기도 어려웠다. 지역 내에서 소속감을 느끼기 어렵다 보니 학교 내 소수의 관계에 더 집착하게 되고, 외집단과 내집단을 구분하며 소속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었다. 뒷담화, 편가르기와 같은 부정적 방법이 아니라 긍정적 방법으로 소속감을 느끼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른들에게는 있지만, 아이들에게는 없는 공간
미국의 사회학자 레이 올드버그는 the Great Good Place(1989)에서 제3의 공간의 중요성을 이야기 했다. 제1의 공간은 휴식 공간인 집, 제2의 공간은 일터나 학교같은 공간이며, 제3의 공간은 출입이 자유롭고 격식 없이 다른 사람들과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으로 지역 커뮤니티 공간을 제3의 공간이라 정의했다. 어른들의 경우 카페, 문화센터, 상점과 같은 공간이 제3의 공간 역할을 하고 있었지만, 아이들의 경우 편하게 머물고, 다양한 친구들과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들이 반 친구 이외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고 관계를 맺으며 함께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제3의 공간을 조성하기로 했다.

어린이를 위한 제3의 공간 전략
그렇다면, 어린이를 위한 제3의 공간은 어떤 공간이어야 할까? 어른들의 공간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기존에 없던 공간이 생겼다고 아이들이 방문하는 것도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아이들의 방문을 유도하는 동시에, 또래 관계를 확장할 수 있는 공간 전략이 매우 중요했다. 다음은 크리베이트가 정의한 제3의 공간 전략으로 아래 내용을 기반으로 제3의 공간의 프로그램과 공간 디자인을 발전시켰다.

1. Focus 학생들이 서로 대면할 수 있는 집중된 공간
2. Relay Relation 처음 만나는 친구와도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도록 공간의 성격을 정의하고, 관계 확장을 돕는 매개물이 제공되는 공간
3. Relay Time 각자의 스케줄로 함께 시간을 보내기 어렵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짧은 시간 이용이 가능하고, 서로 대면하지 않아도 관계를 맺고 확장할 수 있는 참여형 콘텐츠가 있는 공간

어울림을 통해 서로를 발견하고, 알아가는 공간 <아이앰그라운드>
“아이앰그라운드 자기소개하기~ “라는 게임에서 이름을 딴 <아이앰그라운드>는 누구나 자유롭게 방문하고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오픈스페이스>와 소규모 모임 활동이 가능한 <언컨퍼런스룸>, 대화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친교 공간 <테라스>로 구성되어있다.

<오픈스페이스>는 어린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방문하고 머물 수 있는 공간이다. 처음 만나는 친구들과 쉽게 어울릴 수 있도록 다양한 보드 게임을 제공하며, 같은 시간대에 공간을 이용하지 않는 친구들과도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릴레이 뜨개질, 릴레이 웹툰, 릴레이 뮤직비디오 등 릴레이 방식의 창작 활동을 지원한다.

<언컨퍼런스룸>은 공간대여 방식으로 운영되는 공간으로 5~8인 정도의 소규모 인원이 모임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조별 모임부터 회의, 또래 상담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며, 서로의 재능을 알리고 배울 수 있는 재능 공유 게시판이 설치되어 있어 학생들이 직접 선생님이 되어 수업 만들고 진행할 수도 있다.

<테라스>는 야외 공간으로 아이들이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친교 공간이다.

과거에는 골목길, 앞마당, 친구 집 등 모든 공간이 아이들의 놀이터였다. 어디서 만나자고 약속하지 않아도 친구들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공간이 곳곳에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안전, 위생 등의 이유로 키즈카페, 어린이 도서관, 학원 같은 전문 시설 이외 아이들이 방문하고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없다. 그나마도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라기보다는 혼자 책을 읽거나 학습을 하는 공간으로 개인 활동이 중심인 공간이다.

그러나 아이앰그라운드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하는 공간으로 협업의 즐거움을 깨닫고 친구를 재발견하는 공간이다. 혼자서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뜨개질도 여럿이 함께하면 1-2일 만에 목도리 하나쯤은 거뜬하게 뜰 수 있다. 아이앰그라운드에 방문하면 언제나 친구들이 있고, 그 안에서는 모두가 친구가 될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되길 기대한다.


분야  Service Design

고객사  서울시

연도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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