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제신문] 톡톡 튀는 ‘아이디어’ 컨설팅해 드릴까요?

2010년 11월 01일

‘창의와 혁신.’ 아이디어를 강조하고 또 강요받는 시대에 살지만 누구 하나 아이디어를 내는 법에 대해 알려주지 않는다. 이런 가려운 부분을 속 시원히 긁어주는 기업이 있다. 한국 최초의 아이디어 컨설팅회사인 크리베이트다. 2007년 창의(Create)와 혁신(Innovate) 융합을 기조로 한 크리베이트를 설립한 이래 말랑말랑한 아이디어로 자신만의 분야를 굳건히 다지고 있는 박성연 대표를 만났다.

 

아이디어 컨설팅에서 길을 찾다

대학에서 소비자학을 전공하고 굴지의 대기업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던 그는 회사에 적응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기업에선 제게 스페셜리스트가 되기를 요구했어요. 하지만 전 어릴 때부터 다방면으로 관심이 많아 오직 한 분야를 깊이 파고드는 일이 쉽지 않았지요. 나의 다양한 관심사들을 하나로 엮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일이 없을까를 고민하던 중 우연한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몸이 좋지 않아 잠시 회사를 쉴 때, 그는 창의적이고 새로운 비즈니스 사례를 블로그에 소개하는 일에 열중했다. 어떤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의 블로그를 지켜보던 한 기업 임원에게서 프로젝트를 맡아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이 왔다.

“‘친절 티셔츠’를 입고 불특정 다수에게 친절을 베푸는 사람 이야기에서 힌트를 얻어 기업 마케팅에 적용해 성공한 사례 등을 소개했는데, 그런 부분이 신선하게 느껴지셨나봐요. 독특한 아이디어를 통해 기업에 구체적 솔루션을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맡기셨지요. 그땐 겁도 없이 ‘무조건 할 수 있다’ 외쳤어요(웃음).”

한 달 동안 돕기로 한 일이었는데, 성과가 눈에 띄자 기간이 6개월로 늘어났다. 그는 다니던 회사도 그만둔 채 아이디어 컨설팅에 몰두했다. 입소문을 통해 그를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2007년 5월 그는 지인의 사무실에 책상 하나를 두고 크리베이트를 창업했다.

“솔직히 주변에서 만류하는 이들도 많았어요. 아이디어 컨설팅은 아직 한국에서 생소한 분야고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기업도 있기 때문입니다. 간혹 깨어 있는 기업이 이쪽을 염두에 두고 있더라도 대개 아이디오와 같은 유명 외국계 아이디어 컨설팅업체와 손잡고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하지만 외국계 아이디어 컨설팅업체보단 토종인 제가 국내 기업의 입맛을 맞추기가 더 쉬울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또 외화 유출도 막을 수 있잖아요.”

 

양질의 아이디어 얻으려면?

“아이디어 컨설팅은 소위 기업에서 말하는 혁신이라든가, 전략ㆍ경영 컨설팅 등과는 약간의 차별점이 있어요. 무엇보다 앞을 내다보고 퓨처 시나리오를 잘 쓰는 것이 중요하지요. 또 공급자 처지보단 소비자 관점에 서서 솔루션을 찾아보고자 하고요. 가령 5년 뒤 냉장고 등 가전이 어떻게 변모할지를 연구하는데 단순히 가전을 넘어 미래의 부엌을 생각하는 식이지요. 부엌은 단순히 밥을 먹는 공간이 아닌, ‘사교의 장’이라는 판단이 서면 ‘그곳에는 어떤 가전이 필요할까’ 하는 식으로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연장해 나갑니다. 반짝하는 아이디어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대개는 철저한 연구ㆍ조사로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지요.”

그는 매력적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선 무엇보다 인풋(Input)의 양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무수히 많은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내고 공유할 때 탁월한 하나의 아이디어를 잡아낼 수 있다고 한다. 크리베이트 사무실 전체가 아이디어가 담긴 포스트잇으로 도배되어 있는 것도 그런 까닭에서다.

그의 사무실엔 또 하나 눈에 띄는 물건이 있다. 일명 ‘아이디어 카드’다.

 

아이디어 카드로 발상의 전환

장막을 걷어라: 달걀을 세우라는 미션에 모두가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할 때, 콜럼버스는 한쪽 끝을 깨서 달걀을 세웠다. 달걀을 깨면 안 된다는 규칙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스스로 쳐놓은 장막 때문에 당연히 안 된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콜럼버스만 빼고. ☞어떤 불필요한 조건이 존재합니까?

새롭게 바라보라: 부자데(Vuja de)라는 말이 있다. 한번도 일어나지 않은 일을 이전에 겪은 것처럼 느끼는 데자부의 반대말로, 수백번 수천번 겪었던 일을 마치 처음 경험하는 것처럼 느끼고 행동하는 것을 일컫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하늘을 보며 걸어라. 버스의 앞유리만 바라보지 말고 뒷창으로 멀어지는 풍경들을 바라보라. 창의적 사고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부자데의 훈련이다. ☞새로운 시각으로 본다면 무엇이 보입니까?

사물이 되어라: 내가 곰인형이라면? 내가 전화기라면? 내가 제품 혹은 서비스라면? 내가 직접 사물이 되었다고 상상하면 그 사물에서 중요한 것들이 더 잘 보이게 된다. ☞어떤 사물이 되어보겠습니까?

위에 나열된 ‘●’는 그가 직접 제작ㆍ배포한 60여 장의 ‘아이디어 카드’ 중 일부다. 이 카드는 최소한의 조건으로 자유롭게 저작물을 공유할 수 있는 CCL(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콘텐츠이기 때문에 상업적 목적만 없다면 아무 제한 없이 원하는 이들 모두가 내려받아(http://ideacard.www.crevate.com) 사용할 수 있다.

그가 아이디어 카드를 생각해 낸 것은 아이디어 컨설팅 의뢰를 받고 기업에 있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놀라움을 금치 못했기 때문이다.

“기업에 계신 분들의 사고가 정말 고착화해 있어요. 특히 대기업일수록, 직급이 올라갈수록 더욱 심하지요. 아이디어 컨설팅에 앞서 창의적일 수 있도록 하는 훈련이 급선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디어를 내는 것도 분명 훈련이 필요한데, 한국 사람들은 ‘정답’이 있는 것만 배우니 창의적이기가 쉽지 않잖아요? 발상의 전환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자 아이디어 카드를 생각해 냈고, 크리베이트 직원들과 함께 만들어 배포하게 된 거지요. 저희가 아이디어 컨설팅을 할 때 이 카드를 활용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대기업 과장ㆍ차장 앞에서 처음 아이디어 카드를 소개하고 카드를 활용해 아이디어를 내는 방법을 전한 그는 첫 활동 후 소감을 물었을 때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디어 내는 방법을 익히게 되어서 좋아요’ 정도의 답을 기대했는데 대부분의 반응이 ‘자신감을 얻었어요’인 겁니다. 놀라웠지요. 창의적 아이디어를 내는 것에 사람들이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후 그는 아이디어 컨설팅과 더불어 교육사업에도 힘쓰고 있다. 정답이 있는 교육이 아닌, 상상력을 훈련하는 일이다.

“현재는 대개 기업에서 진행하고 있지만 올해 중 대학생과 일반인으로도 확장해 보고자 준비하고 있어요. 이미 아이디어 카드는 반응이 좋아 ‘새로운 카드를 추가해 달라’는 요구도 꾸준하고요. 저희 교육 프로그램인 크리에이티브 샤워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뇌가 좀더 말랑말랑해지도록 돕고 싶어요.”

 

건설경제신문 2010.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