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소개한 그라민유니클로에 이어 이번에는 그라민다농 사례를 소개해 보려 한다. 그라민다농은 그라민 은행과 세계적인 유제품 생산 업체 다농이 함께 설립한 사회적 조인트 벤쳐이다. 그라민다농이 세워지기 전 방글라데시 아이들 중 둘 중 하나는 영양실조를 겪고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라민다농은 필수 영양소가 담긴 요구르트를 생산하기로 하였다. 단, 100원도 안되는 저렴한 가격으로 하루 영양 섭취 권장량의 30%를 제공하는 요구르트를 만든 것이다.
요구르트를 만드는 공장에서는 현지인을 채용하고, 요구르트 판매는 역시 ‘그라민 레이디’라고 불리우는 여성 방판(방문 판매)들을 활용하였다. 여성 일자리가 많지 않은 방글라데시에서 여성들에게는 일자리를, 요구르트가 생소한 소비자들에게는 그라민 레이디들이 친절하게 영양소에 대한 설명도 하니 그야말로 일석이조다.
그라민다농은 다농의 일방적인 기부나 희생으로 만들어 진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낙농 식품은 보통 고급 식재료로 평가된다. 농산품에 비해 동일 면적에서 생산할 수 있는 유제품의 양 자체가 매우 적으며 이 유제품을 다시 가공하여 만들어지는 낙농 식품은 단위 무게당 가격이 높을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짧은 유통기한과 양질의 영양 등 여러 방면에서 소비력이 있는 상위 소비자를 타겟으로 하기 쉽다. 하지만 다농은 이 소비자층의 성장 한계를 인식하고 BOP(최하소득계층 : Bottom of Pyramid)로 눈을 돌렸다. BOP는 세계 인구 중 연간 소득 3000달러 이하의 계층으로써 그 동안 기업들의 큰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사실 전체 인구의 72%, 약 40억명을 차지하는 거대한 시장이다. 그라민다농은 어쩌면 이 거대한 시장을 향한 실험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회사는 2~3% 순이익을 창출하였고 아이들의 영양상태도 개선되었다고 하니 그 실험은 성공적이라 불릴만하다.
INSIGHT
예전에는 기업이 이익을 창출하면 그 이익 중 일부를 사회에 환원방식으로 기업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이제는 기업이 사회적 가치 창출함과 동시에 기업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CSV(Creating Shared Value)가 주목받고 있다. 그라민다농은 선진국의 최적화된 생산 기술과 현지의 저렴한 노동력, 소비자를 생각한 상품 개선 등이 맞물리며 아동들의 영양상태 개선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끌어내었고, 그라민다농은 존경받는 기업이 되어 2008년 경제 위기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좋은 CSV의 사례이다. 더군다나 주목할 점은 다농이 가장 할 수 있는 영역에서 가장 잘 하는 방식으로 가치를 일구어냈다는 것이다. 내수 시장이 작은 우리 나라 기업들은 저마다 해외진출 전략을 치열하게 고민한다. 가지고 있는 역량을 바탕으로 우리 회사의 관점이 아닌 그 나라 소비자의 관점으로 문제를 바라보자. 이를 해결하는 창의적인 솔루션이야말로 사회적 가치 창출이 될 수 있고 이러한 제품과 서비스에 소비자는 응답할 것이다.
이코노믹리뷰 [박성연의 비영리를 위한 혁신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