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빌려주는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는 그 인기만큼 쓰는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시카고 미술관에서는 반 고흐가 그린 <침실> 시리즈 세 작품이 한 번에 미국에서 전시되는 것을 기념해 한 원룸을 반 고흐 <침실> 그림과 똑같이 재현해 에어비앤비에 올려 두었다. 반응은 엄청났다. 미술관 온라인 티켓은 250% 판매달성을 이루었고, 전시는 시카고 미술관 15년간 통틀어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전시가 되었다.
암르 아라파(Amr Arafa)라는 남성은 자신의 집을 공짜로 에어비앤비에 내어놓았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이용자는 반드시 난민이나 가정 폭력 피해자여야 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급한 사정이 있는 이들을 위한 쉼터로 에어비앤비로 이용하게 하는 것이다.
이집트 출신 유학생이었던 아라파는 2005년 이후로 11년 동안 매년 비자를 갱신해야 했다. 그리고 2015년 미국 영주권을 취득하기 전까지 단 한 번도 어머니를 만날 수 없었다. 집을 떠난 지 8년 만에 고국 땅을 밟고 난 후,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수준에서 사람들을 돕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워싱턴 DC에 있는 자신의 집을 기꺼이 쉼터로 내놓았다. 에어비앤비가 규정한 최소 가격 10달러를 받고 있지만, 나중에는 그마저도 다시 돌려준다.
처음에는 아르파의 집만이 제공되었다. 하지만 곧 여러 단체와 개인들이 관심을 보이자 위급 상황에 처한 이들을 위한 무료 숙소 매칭 서비스 이머전시 비앤비를 만들었다. 망명 심사를 위해 텍사스에서 워싱턴 DC으로 날아온 시리아 커플, 폭력적인 동거인에게서 벗어날 공간이 필요했던 여성 등 집을 이용하는 사람도 늘고 있고 집을 제공하는 사람 역시 늘고 있다. 정식 서비스가 되려면 신원 학인, 안전성 보장 등 이머전시 비엔비가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지만, 아르파는 이야기한다. “내가 해결하려는 것은 난민 문제가 아니다. 난민이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우리 집에 왔을 때 환영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싶다”는 그의 말에서 오히려 문제 해결에 대한 진정성이 느껴진다.
관련링크: http://emergencybnb.com/
Insight
공공 쉼터나 피난처가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위험한 공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개인의 집에서 환영받는다는 느낌은 정서적으로 더 좋을 수도 있다. 문제는 낯선 사람이 집에 오는 것에 대한 불편함 때문에 섣불리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수가 아닐지라도 누군가는 선한 의도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 있을 수 있고, 이들을 한 명 두 명 모으기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변화는 시작될 수 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면 반드시 예산 부족이나 인력 부족 등 늘 고질적인 문제들이 단단한 벽처럼 서 있다. 그 단단한 벽을 뚫기 어렵다면 타고 넘어가면 된다. 에어비앤비를 쉼터로 이용하고 에어비앤비 방식을 카피해 쉼터용 에어비앤비를 만드는 유연함이 때론 더 강력하다.
이코노믹리뷰 [박성연의 비영리를 위한 혁신]
2017.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