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슨 몰리나의 쓰레기 비밀 박물관

가볼로지(Gaebalogy). 쓰레기를 뜻하는 Garbage에 학문을 의미하는 Logy를 붙여 만든 신조어로 ‘쓰레기학’이라고도 한다. 사회학의 한 분야로 쓰레기의 양과 질을 연구해 지역민의 생활실태를 파악하는 학문이다.

학문은 아니지만 쓰레기로 박물관을 열 수도 있다. 뉴욕의 쓰레기처리장 창고 2층에 있는 비밀스러운 박물관이 바로 그것이다. 이 박물관을 채우고 있는 5만여점의 물건들은 34년간 뉴욕시의 환경미화원이었던 넬슨 몰리나가 20년 넘게 쓰레기에서 찾아 모은 것들이다. 그냥 모으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림은 액자에 넣고 가구, 골동품, 그릇, 장난감, 장신구 등 정성스럽게 종류별로 분류해 전시해두었다. 몰리나는 이 물건들을 ‘쓰레기 속의 보물’이라고 부른다. 쓰레기 속에서 찾았다고 하면 왠지 지저분하고 쓸모없는 물건일 것처럼 느껴지지만, 개봉 당시의 <스타워즈> 보석함이나 양키즈 슈퍼스타의 사인볼처럼 상당한 값어치가 있을 법한 물건들도 꽤 있다.

이 박물관은 몰리나의 자랑이자 동시에 뉴욕시 환경미화원들의 자랑거리이기도 하다. 동료들도 ‘몰리나가 좋아할 만한 것’을 발견하면 가져와 컬렉션을 구성하는 데 일조했기 때문이다. 인류학자인 로빈 네이글은 그의 컬렉션이 뉴욕 사람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로 박물관, 아카이브 외에 적절하게 부를 만한 새로운 단어가 필요할 정도라고 할 정도였다.

2015년에 은퇴한 몰리나는 지금도 일주일에 몇 번씩 찾아가 청소도 하고 배열을 바꾸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일반인들에게는 개방되어 있지 않은 비밀 박물관이다. 몰리나의 바람대로 뉴욕 위생국에서 박물관으로 인정해 준다면, 우리도 이 대단한 컬렉션을 만나볼 수 있겠지만 말이다.

관련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robd3PfbnHw

INSIGHT
과잉시대. 사람들은 더 이상 ‘못’ 쓰기 때문에 버리는 것이 아니라 ‘안’ 쓰기 때문에 버린다. 자신의 쓸모없어짐이 세상에서 제일 두려운 사람들조차 쓸모없는 쓰레기를 버리는 데에는 주저함이 없다. 쓰레기 박물관은 누구에게는 쓸모없는 것들이 누구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신의 쓸모없어짐을 전전긍긍하는 현대인들에게 마치 작은 위안을 던지는 것 같은 쓰레기 박물관. 쓰레기에 대한 고정 관념을 깨듯 나에 대한, 내 주변에 대한 고정 관념도 깰 수 있지 않을까?

이코노믹리뷰 [박성연의 비영리를 위한 혁신]
2017.08.16

저자 크리베이트
발행일 2018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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