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약보 기고] 쉬지 못하는 현대인을 재우는 ASMR

현대인들은 쉽사리 잠들지 못한다. 잠으로 고통받는 불면증(不眠症) 환자는 2010년 29만 명에서 2016년 50만 명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에대한 대안으로 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하는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 자율 감각 쾌락 반응)이 인기를 얻고 있다. 현대인들은 왜 사소한 일상 소음에서 안정을 얻고 잠에 빠져드는 것일까?

새로운 문화가 된 청각 콘텐츠
아이스크림 먹는 소리, 탄산음료 따르는 소리, 빗질하는 소리, 곰인형을 만지는 소리, 사각사각 연필 소리… 이런 소리를 들으면 편안함이 떠올라 잠이 잘 온다는 입소문이 퍼져 유튜브에만 천만 개가 넘는 영상이 올라와 있다. 사실 사람들은 소리에 민감하다. 냄새 때문에 사람을 죽였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지만, 층간 소음으로 살인 사건이 보도되기도 한다. 이렇듯 ASMR이란 민감한 청각으로 뇌를 자극해 심리적 안정을 유도하는 것을 말한다. 예전에도 잠들기 전에 파도소리, 빗소리, 바람 스치는 소리, 시냇물 소리 같은 자연음을 틀어놓고 자는 사람들이 있었다. ASMR도 일종의 백색소음(白色騷音)이다. 차이점이라면 자연의 소리보다 어릴 적 향수를 불러일으키거나, 감각을 되살리는 여러 가지 소재를 활용한 콘텐츠가 많다는 점이다.

듣기 좋은 ASMR로 활발해지는 수면 뇌파
사람의 뇌는 주파수대에 따라 각기 다르게 활동한다. 그 중 세타파는 얕은 수면상태에서 활발해지고, 델타파는 깊은 수면에 빠졌을 때 측정된다. 백색소음의 잔잔하고 반복적인 소리는 델타파에 가깝다. 귓가의 기분 좋은 소리가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주고, 편안함을 느끼는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 심신이 편안해지면서 잠을 유발하는 것이다. 차를 타면 졸음이 오는 까닭은 차가 움직일 때 나는 일정한 진동 소리에 반복적으로 노출되어 쉽게 잠에 빠지는 것인데 이와 비슷한 원리다. 반복된 소리에다 편안함, 따뜻함이 묻어 있는 좋은 기억까지 상기시킬 수 있는 ASMR. 이는 어쩌면 현대인들을 위한 일종의 ‘듣는 수면제’일지도 모른다 .

중독보다 강박으로부터 벗어나기
그러나 ASMR에 대한 의존성이 커져 소리 없이 수면에 들지 못하는, 또 다른 수면 장애가 나타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우리가 쇼핑 중독, 탄수화물 중독을 정신 장애로 분류하지 않는 이유는 그것으로 인해 일상생활이 불편할 정도로 지장을 주지는 않기 때문이다.그러나 스마트폰의 전자파가 수면에 방해가 될 수 있으니 일상 속 백색소음으로 대체하며 의존도를 줄이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부작용이나 중독을 염려하기 전에왜 현대인들이 ASMR을 원하는지 현상 그 너머에 있는 이면(裏面)을 들여다 봐야 한다. 현대인들이 하루에 접하는 정보량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살던 사람이 평생 접한 정보량과 맞먹는다고한다. 뇌에 과부하가 걸리는 건 당연하고 사람들은 ‘쉬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러나 정작 현대인들은 가만히 있는 시간이 두려워 컬러링 북에 색칠을 하고, 실을 엮어 직물을 만드는 위빙(weaving)을 하고, ASMR같은 영상을 시청한다. 휴식을 취할 때조차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해도피처(逃避處)로 ‘몰입할 수 있는 것’에 빠져드는 것이다. 혹시 오늘밤도 ASMR을 찾게 된다면, 내 머리는 지금 잠시 쉬고 싶은 것이 아닌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작성일 : 2018년 2월 9일

본 글은 동아약보 2018년 3월 호에 기재된 내용입니다.  

*image: https://youtu.be/7EtXHygIE0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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