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사람 중에서 아홉 사람이
내 모습 보더니 손가락질해
그놈의 손가락질 받기 싫지만
위선은 싫다 거짓은 싫어
못생긴 내 얼굴
맨 처음부터
못생긴 걸 어떡해
한돌의 ‘못생긴 얼굴’이라는 시다.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면 안 된다. 그런데 비단 사람뿐만이 아닌 것 같다. 과일, 채소 같은 농산물 역시 외모로 평가하면 안 된다.
다리가 두 개인 당근, 구부러진 오이, 움푹 팬 감자. 못생긴 과일과 채소는 소비자를 만나지도 못하고 버려진다. 미국에서 전체 농산품의 26%가 소매 매장에 가기도 전에 버려진다. 영양소가 부족하다든지 상태가 좋지 않다든지 하는 이유가 아니라, 단지 못생겼다는 이유로 버려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네덜란드의 옌터(Jente)와 리산느(Lisanne)는 버려지는 과일과 채소로 크롬고머(Kromkommer)라는 스프 브랜드를 만들었다. 토마토 스프, 당근 스프, 비트 스프에 이어 과일 스무디로 제품 라인을 확장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세 번째로 큰 슈퍼마켓인 인터마르셰는 ‘못생긴 과일과 채소’ 캠페인을 벌였다. 그로테스크한 사과, 흠이 있는 가지 등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어 식량 낭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못생긴 농산물에 대한 사람들의 관점을 바꾸고자 했다. 단순 캠페인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더 적극적으로 ‘Les Fruits & Légumes Moches’라는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주스와 스프를 판매했고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론칭 이틀 만에 매진된 것이다. 맛은 다르지 않은데 가격은 30%나 저렴하니 당연한 결과였다.
미국의 임퍼펙트라는 스타트업은 농부들과 손잡고 회원들에게 매주 못생긴 제철 농산물을 팔고 있다. 또, 뉴욕의 유명 셰프 댄 바버는 못생긴 채소들을 활용해서 훌륭한 음식을 만들고 있다. 네덜란드의 인스톡 레스토랑은 슈퍼마켓에 공급하고 남은 육류, 자투리 생선, 남은 초콜릿 등 재활용 식재료로 그날의 요리를 내놓는 새로운 형태의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못난이 농산물이 영양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려서 사람들의 인식의 변화를 줄 수도 있고, 또 스프나 주스처럼 가공 식품으로 만들어 아예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생각할 필요가 없게 만들 수도 있다. 지구를 살리는 좋은 실천이라는 점에서 하나의 운동(Movement)이 될 수도 있고, 동일한 품질에 더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어 소비자에게도 좋고 농가 입장에서는 수입을 늘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다. 모두가 함께 달라붙어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길은 있다.
INSIGHT
흠집이 나거나 모양이 예쁘지 않다는 이유로 폐기되는 과일이나 채소는 아직도 많다. 굶주림이 해결되지 못한 가난한 나라도 많은데, 단지 미관상의 이유로 음식물이 버려지고 있다는 것은 정말 가슴 아픈 일이다. 전 지구적 차원의 자원 낭비도 가슴 아프지만, 무엇보다 못난이 농산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결국 세상을 대하는 태도라는 점에서 더욱 가슴이 아프다. 못생긴 것은 배제되고 버려지고 그것을 당연시 여기다 보면 그 잣대가 사람에게 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그 존재 자체로 아름답듯이 살아 있는 생명 또한 그 존재 자체로 아름답다.
이코노믹리뷰 [박성연의 비영리를 위한 혁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