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책만 있는 게 아니라 사람도 훌륭한 책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휴먼 라이브러리에 이어, 이번에 등장한 도서관은 물건 도서관이다.
사기엔 부담스럽지만 살면서 한 번쯤은 필요한 물건들이 있다. 잔디 깎는 기계, 여름휴가 한 철에 쓰는 텐트, 침낭과 캠핑 용품들, 만능 믹서기에서부터 각종 보드 게임과 파티용품들까지. 이런 물건들은 자주 쓰겠다는 대단한 각오를 하고 구매하지만 막상 집안에 처박혀 있기 일쑤다. 캐나다의 셰어링 디팟에서는 이런 물건들을 모아 놓고 대여해 주는 물건 라이브러리(Library of Things)를 시작했다. 처음 시작될 때만 해도 각종 공구를 대여해 주는 ‘공구 도서관’이었지만 공유 물품의 범위를 넓혀 아이 장난감, 부엌용품, 파티 용품 다양한 물건들을 구비했다.
셰어링 디팟의 창업자인 라이언과 로렌스는 캐나다 토론토에 2012년에 ‘공구 도서관’을 오픈했지만, 이 아이디어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이미 캘리포니아 버클리 지역에서는 1979년부터 ‘공구 도서관’이 설립되었고, 북미 지역에만 40여개가 넘었다. 하지만 그들이 살고 있는 캐나다 토론토에는 비슷한 개념이 없었고 그래서 과감히 시작하게 되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관심이 쏟아졌고, 재빨리 두 번째 물건 라이브러리를 오픈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레이저 커터에 3D 프린터까지 갖추고 각종 워크숍과 지역 모임도 가질 수 있도록 꾸몄다.
물건 라이브러리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멤버십에 가입해야 한다. 멤버 등급에 따라 일 년에 25달러, 50달러, 75달러, 100달러로 등급이 있다. 지금까지 2200여명의 회원이 있으며 지역 사회에 25000점 이상의 도구를 대여해주었고, 캐나다의 성공에 이어 현재 벨기에 및 캘러리로 물건 라이브러리는 확장 중이다. 물건 라이브러리는 단순히 재사용을 돕는 것뿐만이 아니다. 친환경적 생활 습관을 제시하기도 하고 지역 주민들과 함께 모여 물건을 사용하는 노하우나 생활 속 지혜를 공유하는 등 지역 공동체 내에서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4년에는 라이브 그린 토론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셰어링 디팟의 장기 목표는 제조사와 파트너십을 맺어서 제작 단계에서부터 공유를 고려한 제품을 제조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공유를 하나의 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해 주방 라이브러리, 씨앗 라이브러리 등 새로운 라이브러리를 계속해서 꿈꾸고 있다.
관련링크: https://sharingdepot.ca/
INSIGHT
각 지역마다 있는 재활용 센터. 하지만 이 재활용 센터 역시 구매가 중심이었다. 그래서 재활용 센터의 핵심 메시지는 ‘중고물품이니까 더 저렴한 가격에 사고 팔 수 있다’였다. 셰어링 디팟은 단순 재활용센터의 접근과 달랐다. 구매를 통한 소유 대신 공유를 이야기했고 단순 구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문화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지원했다.
모두들 미래는 공유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자동차도 그렇고, 집도 그렇고 공유의 흐름을 타고 새로운 서비스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는 무엇을 공유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고 이를 서비스화할 수 있는 상상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매일 밥해 먹는 주방 공간이 공유될 수도 있고, 씨앗이 공유될 수 있다. 지금 공유하고 싶은 것이 떠올랐다면 셰어링 디팟처럼 실천해 보기 바란다.
이코노믹리뷰 [박성연의 비영리를 위한 혁신]
2017.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