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농부를 스타로 만드는 잡지

요즘 여성 잡지의 트렌드 중의 하나는 잡지부록으로 잡지책보다 훨씬 비싼 정품 화장품을 선물로 주는 것이다. 잡지보다 잡지 부록이 더 풍성하니 어떤 이들은 부록 때문에 잡지를 사기도 한다. 만약 이것이 소비자의 소비 패턴이라면, 이러한 트렌드를 역으로 이용할 수는 없을까?

일본의 <다베루통신>은 먹거리가 부록으로 따라오는 세계 최초의 잡지이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잇는다는 점에서는 별로 특별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다베루통신>이 추구하는 것은 유통 중심의 접근과는 조금 다르다. <다베루통신>의 대표인 다카하시 히로유시는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당시 자원봉사자들을 구성하고 관리하는 일을 하면서, 도움을 주려고 방문했던 도시 사람들이 오히려 피해자인 농촌 사람들에게 감동받고 돌아가는 모습을 보았고, 이 경험을 계기로 그는 일방적인 지원이 아니라 도시와 농촌이 함께 행복해지는 연결의 가능성을 보고 <다베루통신>을 창간하게 되었다.

<다베루통신>은 회원등록제 정기구독지로, 매월 다른 한 명의 생산자에 대한 특집 기사를 싣고, 그 생산자의 생산물이 부록으로 배달된다. 단순히 먹거리를 주는 잡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먹거리의 이면에 있는 생산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이 된다. 또한 부록으로 제공되는 먹거리 역시, 단순히 농수축산물만 배달되는 것이 아니라 요리해 먹을 수 있는 레시피가 함께 제공되고, 기간 한정으로 먹거리를 추가로 주문할 수도 있다. 소비자들은 SNS 커뮤니티에서 요리법을 올리거나 먹거리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고, 생산자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전하거나 질문을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읽고, 요리하고, 먹고, 교류하라’이다. 이러한 활동들이 생산자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구조화한 것이다.

생산자는 소비자들의 피드백을 통해 자부심도 높아지고, 잡지에 실린 것이 지속적인 주문으로 이어져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실제로 일본 도호쿠 지역 가타카타시에서 재래종 호박을 재배하던 하세가와 준이치라는 농부는 농사를 접을까 말까 고민하는 상황이었는데, 이 잡지에 소개된 이후 수요가 늘어 더 높은 가격에, 생산량도 4년 만에 10배로 늘었다고 한다. 또한 단순한 판매가 아니라 관계를 맺는 것이 중심이다 보니, 소비자들이 농촌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함께 해결책을 찾고자 노력하기도 한다. 아키타현의 한 쌀농가는 비가 많이 내려 콤바인을 못 쓰게 된 상황에서 낫으로 수확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을 때 <다베루통신> 독자페이지에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썼는데, 연인원 200명 정도가 도쿄에서 자비를 들여 찾아와 일을 도와주었다고 한다.

<다베루통신>은 일본 전역에 한 개의 잡지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37개의 지역별로 <다베루통신> 운영진이 조직되어 각기 다른 잡지가 만들어지고 있다. 때문에 달마다, 지역별로 콘텐츠, 먹거리, 이벤트가 각기 다르다. 2014년 4월에는 지역 <다베루통신>이 모여 사단법인 일본 <다베루통신> 리그를 만들었고, 분기별로 회의를 열어 서로의 활동상황, 정보를 공유하고 회원확대 방안, 잡지 제작, 고객지원 등을 논의한다.

잡지 구독료는 월 2500~3500엔 정도로 600엔의 먹거리 부록의 가격을 포함한 금액이다. 2013년 창간 당시 SNS에 입소문이 나면서 4개월 만에 1000명의 구독자를 확보했고, 2017년 현재 일본 전역의 독자는 8000여명에 다다른다. 6개월 이상 독자유지율이 90%가 넘을 정도로 독자충성도 또한 높다.

관련링크: http://taberu.me/

INSIGHT
생산자와 소비자를 잇는 유통방식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고, 이런 개념 자체는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도시와 농촌을 잇는 직거래장터, 꾸러미사업 등이 추진 중이고, 해외에서도 소비자와 지역 생산자를 앱을 통해 연결해주거나 정기적으로 직거래장터를 여는 등의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먹거리를 통해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는 개념이 미디어를 이용한다는 발상과 만났고, 거기에 생산자를 주인공으로 한다는 상상력이 더해지면서 <다베루통신>은 전혀 다른 장을 만들어냈다. 잡지라는 형식을 취해서 정보를 전달한다고 하지만 자칫 단순 나열식의 카탈로그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다베루통신>은 진정성 있게 스토리를 담아냈고 사람을 주인공으로 한다는 상상력이 연결되면서 또 하나의 플랫폼이 되었다. 문제는 상상력이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을 원한다면 형식을 바꾸는 상상을 해보자. 직거래장터 대신 잡지는 어떨까? 카탈로그 대신 부록은 어떨까?

이코노믹리뷰 [박성연의 비영리를 위한 혁신]
2017.11.27

저자 크리베이트
발행일 2018년 5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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