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선생님으로, 아기를 통해 공감 능력을 훈련하는 ROE

아이는 어른의 스승이라는 속담이 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어른들에게 배우는 것이 많을 것 같지만, 오히려 어른들이 아이들을 통해 잊고 지냈던 모습들을 떠올리거나 새로운 마음을 갖게 되는 경우도 참 많다. 이런 속담을 진짜 사업으로 만든 회사가 있다. 바로 ROE, Roots of Empathy이다. 번역하면 ‘공감의 뿌리, 공감의 근원’이다.

캐나다에서 유치원 교사로 일하던 메리 고든은 갓난아이가 가진 힘을 발견했다. 갓난아이들은 말은 하지 못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어른들이 말로 전할 수 없는 감정이나 공감 능력을 기르는 데는 오히려 아기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갓난아기들을 초·중·고등학교에 초대해 9개월간 성장 과정을 지켜보도록 하면서 공감 능력을 높이는 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아이를 교사로 초빙해 수업시간에 아이들의 표정과 행동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하는 것이다. “지금 아이의 기분이 어떨 것 같니?”, “왜 기분이 안 좋을 것 같아?”, “아기는 왜 웃고 있을까?” 이런 질문들을 던져서 아기들의 감정 변화를 읽을 수 있도록 훈련하게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프로그램을 시행한 학교의 학교 폭력이 90% 이상 감소했던 것이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은 공격적인 행동이 현저하게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돕고 이해하는 친사회적 행동이 늘었다. 또한 공감 교육이 된 아이들은 괴롭힘을 당하는 학생이 있을 때 외면하지 않고 가해 학생에 맞서는 행동의 변화를 보였다.

또한 아이의 부모들이 함께 학교 수업에 참여하면서 지역 공동체가 활성화되는 것은 물론, 아기를 기르는 데 얼마나 큰 사회적 책임이 따르는지 자연스럽게 학습이 되자 10대 임신이 방지되는 효과까지 있었다. 단 두 개의 교실에서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10년 동안 캐나다 전 지역으로 보급되었고 이제 캐나다를 넘어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INSIGHT
집단 괴롭힘, 왕따, 학교 폭력, 학생간 성폭력. 이런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우리가 취하는 솔루션은 ‘학교 폭력 자진 신고 기간’을 두어 신고를 하거나 신고할 수 있는 쪽지함을 설치하고 학교 보안관을 두는 것이다. 물론 없는 것보다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피상적인 대처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ROE는 학교 폭력이나 집단 괴롭힘의 문제를 ‘공감 부족’이라는 근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훌륭하다. 그런데 더 훌륭한 것은 이 공감 교육을 풀어낸 방식이다. 공감에 대한 이론을 늘어놓고 ‘공감을 이렇게 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 하는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아기를 선생님으로 모시고 교실에 오게 해서 학생들이 마음으로 배울 수 있도록 교육한 점이다.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배우게 한 것이다. 창의는 다른 데 있지 않다. 가장 기본적인 것, 가장 근본적인 것에서부터 나온다.

이코노믹리뷰 [박성연의 비영리를 위한 혁신]

저자 크리베이트
발행일 2016년 5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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