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의 샌퍼난도 밸리(San Fernando Valley)는 2016년에 노숙자가 36% 증가할 정도로 노숙자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 지역의 샌퍼낸도 고등학교(San Fernando High School)에 다니는 12명의 소녀들은 어린이와 여성 노숙자를 돕기 위해 팀을 이루어 태양광 텐트를 만들었다. 이 텐트는 쉽고 빠르게 배낭 형태로 접을 수 있는데, 절연이 되면서도 통기성이 있는 자외선 차단 소재를 사용했으며, 태양광을 이용하는 LED 조명과 휴대폰 충전기, 살균소독 기능을 갖추고 있다. 한 곳에 거처를 마련할 수 없어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밤을 보내야 하는 LA의 여성 노숙자들을 위한 맞춤 솔루션이다.
이 12명의 소녀들은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었을까?
흥미로운 점은 이 소녀들 역시 저소득층 아이들로, 이 이전에는 공학이나 발명과 관련된 경험을 해본 적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들이 이런 발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스스로의 노력에 지역 비영리 단체의 도움, 대학교의 고등학생 지원 프로그램, 네티즌의 기부가 차곡차곡 더해진 덕분이었다.
비영리 단체는 바로 LA의 저소득층 소녀들이 기술, 공학 분야를 추구할 수 있도록 돕는 DIY 걸스(DIY GIRLS)였다. 이들의 도움으로 소녀들은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의 러멜슨-MIT(Lemelson-MIT) 2016년 프로그램에 지원할 수 있었다.
러멜슨-MIT 프로그램은 고등학생들의 발명을 장려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전국에서 지원한 팀들 중 인벤트 팀(InvenTeams)을 선정해 1만달러의 지원금을 주고 1년 동안 발명 프로젝트를 진행한 후 유레카페스트(EurekaFest)라는 행사를 통해 각 팀의 발명 결과를 발표한다. 2016년에는 DIY걸스의 소녀들을 포함해 총 15팀이 선정되었다. 소녀들은 인벤트 팀으로 선정된 후 1년 동안 유튜브와 구글 검색을 통해 바느질, 코딩, 3D 프린팅 등을 익히고 실패와 재도전을 반복하며 텐트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나갔다. 그로부터 1년 후, 보스턴에서 열리는 유레카페스트 행사에 결과 발표를 해야 했지만, 가난한 아이들에게 보스턴까지 가는 여비 마련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들은 좌절하지 않았다.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인터넷 기부 사이트인 고펀드미(GoFundMe)에 사연을 올렸고, 소녀들의 꿈을 응원해주는 많은 사람들의 기부에 힘입어 무사히 유레카페스트에 참석할 수 있었다.
두드리면 열린다. 난관이 있을 때마다 멋지게 헤쳐나간 소녀들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이를 보여주었다.
https://lemelson.mit.edu/teams/inventeam/24
INSIGHT
저소득층에게 그것도 소녀들에게 기술, 공학을 분야를 지원했더니 자신보다 더 힘든 환경에 있는 또 다른 여성을 돕고자 나섰다. 나눔은 그렇게 전파된다. 여전히 새로 태어난 여자 아이에게는 분홍색 옷을, 남자 아이에게는 파란색 옷을 입히는 세상에서 조금 다르게 볼 수 있도록 인식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다르게 행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저소득층 남자 아이들에게 발레를 지원하는 건 어떨까? 저소득층 여자 아이들에게 코딩을 지원하는 건 어떨까? 바꿔서 생각하면 의외로 재미난 일들이 많이 일어날 수 있다.
이코노믹리뷰 [박성연의 비영리를 위한 혁신]
2017.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