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당신이 지난 저녁에 소고기 500g을 먹었다면, 당신은 8000ℓ의 물을 쓴 셈이다. 고작 소고기 한 접시를 먹었는데 어떻게 그 만큼의 물을 썼다는 것일까 의아하겠지만, 이는 직접 마신 물이 아니라 소고기가 식탁에 오르기까지 소비된 물의 양을 합치면 그렇다는 말이다. 물 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흔히 사람들은 자기가 먹는 물, 자기가 쓰는 물만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쓰는 물은 고작 하루에 몇 리터다’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최종적으로 소비하는 것들을 이루는 하위 단위까지 합하면 한 사람이 하루에 사용하는 물의 양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국제연합(UN)은 2025년 세계 물 부족 인구가 30억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인구 증가와 경제 성장, 도시화 등으로 수자원이 고갈되고 수질오염이 심화되면서 물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언제든지 수도꼭지만 틀면 깨끗한 물을 쉽게 얻을 수 있는 지역에 사는 우리는 지구 어딘가가 메말라 가고 있다는 사실을 종종 잊기 마련이다. 때때로 물의 가치는 한 나라 안에서도 다르게 적용된다. 이를테면 중국 북서부 지역은 연평균 강우량이 300mm 미만의 극심한 건조 지역으로 식수조차 구하기 어렵지만, 남쪽에 위치한 홍콩에서는 언제든지 쉽게 물을 구할 수 있다. 그래서 홍콩에 위치한 자선 단체인 ‘The Lotus Light Charity Society’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물 부족 문제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고 중국 북서부 지역에 대한 기부를 장려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했다. 흥미로운 점은 물 부족 문제를 알리기 위한 방법을 사람들에게 가장 가까운 물에서 찾아냈다는 것이다. 바로 우산에서 물이 떨어져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비오는 날 마트나 백화점 입구에서 제공하는 우산 비닐의 디자인을 바꾼 것이다. 우산에서 떨어지는 빗물이 고이는 우산 비닐 아래쪽에 양동이, 컵, 작은 그릇의 이미지를 프린팅 하고, 각각을 나타내는 메시지를 담았다. 양동이에는 ‘이 정도의 깨끗한 물을 얻기 위해 북부지역의 사람들은 반나절이 걸립니다.’ 컵에는 ‘건조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하루에 이 정도의 물만을 사용합니다.’ 작은 그릇에는 ‘건조한 지역의 어린이는 이것보다 적은 양의 물을 사용합니다.’라고 적어 두었다. 이 우산 비닐의 메시지를 통해 홍콩 사람들은 비가 올 때마다 북서부의 형제, 자매들이 얼마나 고통받는지를 느낄 수 있었고, 한 번의 캠페인에 2만명 이상이 기부에 참여해 북서부에 5300개 이상의 물 저장고를 새로 만들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관련링크: https://www.adropoflife.org/
INSIGHT
비가 올 때마다 요긴한 우산, 그리고 우산에서 떨어지는 물을 잘 막아주는 우산 비닐. 참 유용한 발명품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한 번 쓰고 버리는 게 아깝기도 하다. 그렇지만 우산 비닐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것도 딱히 없어 보인다. 그런데 The Lotus Light Charity Society는 이 우산 비닐을 매우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 물 부족에 대한 문제 제기를 ‘비 오는 상황’과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면서 나에게 아무것도 아닌 이 물이 다른 사람에게는 얼마나 소중할 수 있는지 일깨우고 있다. 우리는 늘 습관처럼 광고는 잡지에, 큰 건물 간판에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조금만 다르게 생각하면 세상에 하찮게 보이는 그 모든 것이 전부 보물이 될 수 있다.
이코노믹리뷰 [박성연의 비영리를 위한 혁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