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강아지를 빌려가세요

‘SF428.2.M66 2011.’ 이 복잡한 도서 정리번호는 예일대(Yale University) 로스쿨의 도서관에서 찾을 수 있다. 무슨 책일까? 사실은 책도 아니고 DVD도 아닌 ‘몬티’라는 보더 테리어 믹스견이다. 스트레스가 하늘을 찌르는 예일대 로스쿨에서는 시험기간에 한해 학생당 30분씩 몬티를 빌려 이 귀여운 강아지로부터 테라피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사서에게 책을 빌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몬티를 빌려 정해진 공간에서 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현재 병원이나 요양원 등에서 강아지 특유의 무조건적인 사랑과 애교로 아픈이들을 치료하는 치료견의 효과는 꽤 인정받고 있다. 사람이 놓치는 부분을 동물과의 교감으로 채울 수 있다는 것은 애완동물을 키워 본 이들은 모두가 이해하는 부분일 것이다. 치열하게 시험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로스쿨 학생들에게 강아지보다 더 위로가 되는 것이 있을까? 말을 하지 않아도, 그저 함께 그 자리에 앉아서 가끔 꼬리를 흔들며 눈을 맞춰주는 것만으로도 학생들은 복잡한 머리 속을 잠시 정리하고 심신의 안정을 되찾기도 한다. 이런 흥미로운 서비스를 어떻게 시작할 수 있었을까? 누군가가 도서관에서 책이 아닌 강아지를 빌려주자는 아이디어를 냈다면 아마 허무맹랑한 이야기라며 면박을 줬을 것이다. 이 서비스 역시 처음에는 장난으로 나왔던 아이디어였지만 혹시나 하여 시행해본 결과, 학생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 공식적으로 인정하게 된 케이스이다. 이런 테라피견은 예일대뿐만 아니라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 Tufts University에도 도입되었다.

관련링크: http://morris.law.yale.edu/

INSIGHT

몬티는 예일대 로스쿨이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통합적인 지원을 대변한다. 학교는 단순히 정보와 공간의 제공을 넘어서 학생들의 정신적인 복지까지 세심하게 배려하고 있다. ‘학생이 공부하는 게 당연지사이지 학교가 그런 것까지 배려해야 하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배움을 제공하는 측의 입장이다. 학생 측에서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 학생이었던 적이 있었기에 되짚어 생각해보면 배움은 배움이고 스트레스는 스트레스이다. 이렇게 공급자가 아니라 소비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다.

몬티의 케이스에서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스트레스를 푸는 것과 같은 정신적 복지를 해결하는 대책이 카운셀링 같은 일반적인 방식이 아니라 아주 새로운 방식이라는 점이다. 병원에서는 예전부터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을 단지 장소만 학교로 옮겨왔을 뿐인데 아주 새로운 접근이 되었다. 우리도 늘 하던 솔루션 말고 학교, 일터, 공공장소 등 장소적 특수성을 고려한 재미있는 복지 솔루션을 생각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이코노믹리뷰 [박성연의 비영리를 위한 혁신]

저자 크리베이트
발행일 2016-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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