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코끼리의 탄생, 동물원을 살리다

언제 동물원에 다녀왔는지? 아이들이 있는 집이 아니고서는 동물원에 갈 일이 별로 없다. 굳이 동물원까지 가지 않더라도 다양한 볼 것, 놀 것, 즐길 것이 도처에 있는 상황에서 동물원의 인기는 예전만 못하다. 사정은 외국도 마찬가지였다. 벨기에에 있는 안트베르펜 동물원(Antwerp Zoo) 역시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었고 동물원이 위기에 처했었다. 동물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동물들에게 먹이를 공급해야 했고 동물원은 점점 어려운 처지에 놓여 갔다.

이 동물원은 어떻게 위기를 극복했을까? 새로운 놀이시설을 가져왔을까? 일본의 아사히야마 동물원처럼 가까이에서 펭귄을 볼 수 있도록 한 체험형 동물원이 되었을까?

흥미롭게도 안트베르펜 동물원은 아주 우연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잘 잡아 위기를 슬기롭게 넘겼다. 이 동물원에 있던 코끼리가 임신을 했는데, 사실 동물원에서 임신을 하고 새끼를 낳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물론 코끼리가 임신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안트베르펜 동물원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마치 사람처럼 엄마 코끼리 뱃속에 든 아기 코끼리의 초음파 사진을 유튜브에 올리고, 암놈일지 수놈일지 알아맞히는 투표 콘테스트도 열고, 아기 코끼리의 이름을 제안받고, 엄마 코끼리의 임신 기간 동안 아기 코끼리가 자라는 과정을 매일, 매주, 매달 알려주었다.

드디어 아기 코끼리의 탄생일이 되었다. 똑똑한 동물원은 이 위대한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SNS로, 문자 메시지로 ‘지금 아기 코끼리가 막 나오려 하고 있어요’라고 알렸다.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다시 이메일로, 문자로 친구들을 불러 모았다. 아기 코끼리의 탄생 과정은 온라인으로 생중계되었고, 사람들은 마치 엄마 코끼리와 자신이 혼연일체가 된 것처럼 가상 출산 경험을 했으며 무척 감격스러워했다. 뜨거운 관심이 동물원에 집중되었고 이후 동물원은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관련링크: http://www.zooantwerpen.be/

INSIGHT
사람들은 남과 다른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 다른 동물원에 놀이 기구가 들어오면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하고 생각하고, 다른 동물원이 체험형으로 한다고 하면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렇게 시간과 돈을 들여 남들 하는 대로 따라 하면 성과가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가 쉽지 않다. 이는 너무나 공급자의 중심의 사고이기 때문이다. 우리 동물원 입장에서는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이지만, 소비자에게는 전혀 새롭지 않다. 이미 다 있는 것이고, 그곳을 선택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 소비자가 이곳에 와야 하는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다른 곳이 아니라 이곳을 선택해야만 하는 이유 말이다. 그러려면 남들이 다 하고 있는 것보다는 남들이 하지 않는 것들 중에서 찾는 것이 더 쉽다. 결국, 남과 다른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게 아니라 남과 같은 것에 두려움을 느껴야 한다.

이코노믹리뷰 [박성연의 비영리를 위한 혁신]

저자 크리베이트
발행일 2016-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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