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아기를 안고, 아기는 곰 인형을 안는다. 우리는 살아오면서 누군가를 안아줬었고, 누군가에게 안겼었다. 그런데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이 땅, 이 지구를 안아줄 수 있을까? 오염에 아파하는 이 지구를 안아줄 수 있을까?
인간이 유발한 여러 가지 오염으로 아파하는 지구를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해봤을 수 있다. 그런데 그런 마음이 있다고 해도 우리가 어떻게 거대한 행성을 안을 수가 있는가? 아무리 많은 사람이 참여한다고 해도 모든 사람을 한자리에 모으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 아닌가? 등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질문 앞에 가로막히기 마련이다.
이 기발한 상상력을 현실로 만든 단체가 있다. 비영리단체(NGO) Cascos Verdes는 스페인어로 ‘초록색 헬멧’이라는 뜻으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기반을 둔 환경보호단체다. 이 단체는 불과 3년 전인 2011년 4월 22일 소셜네트워크를 활용해서 환경에 대한 관심을 모으기 위한 아주 놀라운 행사를 계획했다. 세계 지구의 날을 맞아 ‘Embrace Our World’라는 행사를 페이스북에서 진행한 것이다.
이 행사의 슬로건은 “우리의 지구에게는 포옹이 필요해요… 그렇죠?”이다. Cascos Verdes가 생각해낸 해결 방법은 기발하면서도 간단하다. 지구를 포옹하는 데 참여하기 위해서는 웹캠을 이용해 사진을 찍어서 올리기만 하면 된다. 두 팔을 벌린 채 웹캠으로 전신사진을 찍어 페이스북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올리면 전 세계 방방곡곡에서 이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과 손에 손을 잡고 가상 공간에서 거대한 띠를 이루어 단체 포옹을 하게 되는 것이다. 웹캠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간단히 선택할 수 있는 기본 이미지도 제공한다.
이 사례는 종종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여겨지는 현대 기술을 역으로 환경에 대한 의식 수준을 높이는 데 썼다는 점에서 우리의 인식을 뒤집은 역발상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환경을 보호하고 지구를 생각해주려면 기술의 편리함을 조금은 버려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뒤집은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페이스북이라는 SNS 플랫폼의 특성으로 환경보호라는 과업은 혼자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과 연대를 이루어야만 가능한 일이라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 사례이기도 하다. 지구를 안아주려면 수많은 사람과 인터넷 세상에서 손을 잡아야 할 뿐만 아니라, 주어진 자세로 웹캠을 작동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진을 찍을 때부터 친구나 가족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관련링크: https://vimeo.com/22580406
INSIGHT
‘지구 안아주기’가 그저 재미있는 캠페인의 한 사례로 치부될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을 직접 참여하게 하고 그러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게 함으로써 그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 Cascos Verdes는 이런 기회를 SNS라는 현대의 플랫폼이 가진 힘을 실어 성공적으로 사회 문제에 대한 의식을 높일 수 있었다.
이코노믹리뷰 [박성연의 비영리를 위한 혁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