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대부분의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얻는다. 오늘 저녁 먹을 맛집부터 뉴스, 숙제 문제풀이, 궁금증에 대한 답, 일자리 등 인터넷에서는 원하는 거의 모든 정보들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인터넷의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다. 가난 때문에 인터넷에 접근할 수 없는 사람들이 정보격차로 인해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고, 빈부격차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는 현재진행형이다. 인터넷에 접근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정보를 나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위팜은 인터넷이 없는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의 농부들이 서로 지식을 교환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해준다. 전 세계에 5억명이 넘는 소규모 농부들은 대부분 인터넷이 없는 고립된 지역에 있기 때문에 농사를 지으면서 부딪히는 문제에 대한 답을 얻기도, 경험을 통한 지식을 나누기도 어려웠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들을 연결할 수 있을까? 서로 다른 대륙,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농부들이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위팜이 찾은 해결책은 기본적인 휴대폰을 사용하는 것이다. 90%의 소규모 농부들이 휴대폰에는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에 착안해, 무료 문자메시지를 통해 질문하고 답변하도록 했다. 위팜에 가입해 문자메시지를 보내면 위팜의 중계기를 거쳐 실시간으로 번역되어 다른 나라, 다른 대륙의 농부들에게 바로 공유된다. 번역을 위해서 자원봉사자들이 힘을 보태는 구조이다.
케냐의 커피 농부인 조셉은 토끼를 키워서 부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위팜에 문자를 보냈다. 조셉의 문자는 위팜에 연결된 전 세계의 토끼 농부들에게 전달되었고, 20년 이상 토끼를 키운 리도는 이 문자를 보고 토끼를 키우는 노하우를 답변해주었다. 조셉은 6개월 후 50마리의 토끼를 팔아 수입을 올릴 수 있었다. 서로의 질문과 조언을 통해 생산을 늘리거나 작은 사업을 시작해 조금씩 더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관련링크: https://wefarm.org/
INSIGHT
위팜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우리의 고정 관념을 뒤집었다. 첫 번째, 하이테크(Hi-Tech)가 아닌 로우테크(Low-Tech)를 활용했다. 기술을 수식하는 단어 중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는 하이테크이다. 하지만, 때로는 로우테크가 더 파워풀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로우테크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흔히들 농사를 짓는 데 중요한 것은 기후나 노동력이라고 생각하지만 위팜은 농사에 대한 ‘지식’을 제공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농사에 대한 지식을 공유하는 플랫폼을 만든다 할지라도 보통은 언어나 품종이 지역별로 달라 지역 특화된 서비스를 떠올리기 쉽지만, 위팜은 오히려 전 세계 5억명이 넘는 소규모 농부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다. 그래서, 위팜은 혁신이다. 기술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 기술이 사람을 향할 때 즉 사람 중심의 기술(Human Centered Technology)이 어떻게 가능한지 직접 보여주기에. 여기저기서 4차 산업 혁명을 외치고 있는 요즘, 위팜은 그 핵심에 무엇이 있어야 할지 생각하게 만든다.
이코노믹리뷰 [박성연의 비영리를 위한 혁신]
2017.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