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를 밝히는 태양광 백팩

‘형설지공(螢雪之功)’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비록 가난해도 반딧불과 눈빛으로 공부한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지금 시대에 전기도조차 들어오지 않는 가난한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이십대 초반의 여성 사업가 살리마 비스람은 가방에 태양광 패널을 충전해 LED 램프와 연결시키는 혁신적인 가방을 세상에 내어놓았다. 대체 그녀는 왜 태양광 가방을 만들게 되었을까? 어린 시절 케냐의 키캄발라라는 고급 휴양지 인근에서 유복하게 자랐다. 하지만 대개의 휴양지가 그러하듯 키캄발라 역시 화려한 휴양지를 조금만 벗어나면 극도의 빈민층에 가까운 원주민들이 살았다. 상하수도 시설은 물론 전기 공급도 제대로 안 되고 대부분 하루에 1달러 이하로 생활하고 있는 극빈층이 살고 있는 곳을 그녀는 어떻게든 변화시키고 싶었다. 그래서 캐나다 유학에서 돌아오자마자 사회적 기업을 세웠고 개별 가정에 ‘빛’을 공급하고자 했다. 빛이 있어야 아이들이 공부를 할 수 있고, 공부해야 더 큰 꿈을 꿀 수 있고 그래야 한 번 두 번 도와주고 끝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자립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부분 흙집인 상황에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등유를 쓰기에는 비싼 가격도 문제였지만 등유를 태울 때 발생되는 유해물질 때문에 건강상 좋지 않았다. 그러다가 아이들의 가방에 주목했다. 적도 근처의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 등하교에만 몇 시간씩 가방을 메고 다니는 아이들. 그렇다면 아이들 가방에 태양광 패널을 달아 충전을 해서 LED 램프를 연결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떠올렸고 당장 이를 시험해 보기로 했다.

첫 번째 난관은 역시 제조였다. 백여군데 연락한 끝에 겨우 제작하겠다는 곳을 찾을 수 있었다. 두 번째 난관은 돈이었다. 하지만 크라우드 펀딩 덕에 애초 목표액보다 많은 금액을 모아 시제품을 만들 수 있었고 그 결과 3~4시간 정도 가방을 메고 야외 활동을 하면 LED 램프를 8시간 정도 쓸 수 있었다. 제조가 해결되었으니 이제는 판매를 해결해야 했다. 그래서, 케냐뿐만 아니라 우간다, 탄자니아의 빈곤한 지역 교육청과 학교를 설득해 무상이 아니라 저렴한 가격에 가방을 공급했다. 그래야 지속가능하게 사업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어서 바로 북미 지역 홈쇼핑 채널 온라인 사이트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탐스 모델(1+1)을 도입하여 하나의 가방을 사면 또 하나는 무상으로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소식은 케냐 출신 여배우 루피타 뇽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녀를 적극 후원함과 동시에 디즈니를 연결시켜 태양광 백팩에 디즈니 캐릭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왔다. 덕분에 지난 5월에는 ‘옥스포드 아프리카 이노페이션 어워드’에서 ‘최고 혁신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가 태양광 백팩에 주목하고 있다.

관련링크: www.thesoularbackpack.com/

INSIGHT
가방을 메고 돌아다니기만 하면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태양광 백팩’은 충분히 혁신적인 제품이다. 하지만 제품보다 더 혁신적인 것은 ‘세상에서 가장 큰 가방 회사가 아니라 가장 큰 사회적 영향력을 만드는 가방 회사가 되고 싶다’는 그녀의 생각이다. 가장 큰 사회적 영향력을 만들기 위해서 비스람은 가방 제조 자체를 아프리카 지역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한다. 지역 주민들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수익금과 등유 살 돈을 모아 펀드를 조성해 교육의 의료 개선 사업도 시도할 예정이다. 기부를 넘어 지속가능한 경제모델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그녀의 바람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더 많은 난관들이 있을 것이다. 어쩌면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사업은 뻔히 보이는 난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이 난관들을 누가 끈기 있게 뚫어가느냐의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사회적 혁신을 위해 똑똑한 모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난관 앞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우직한 모델이다.

이코노믹리뷰 [박성연의 비영리를 위한 혁신]
2016.10.07

저자 크리베이트
발행일 2017년 1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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