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안 쓰는 남다른 마트들

필자는 몇 해 전 책 <우리는 플라스틱 없이 살기로 했다>를 읽고 플라스틱 없이 살아보려고 했지만, 며칠도 못 가서 포기하고 말았다. 책의 저자는 <플라스틱 행성>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본 뒤 플라스틱 없이 살기로 결심했고, 현실에서 고군분투하다가 환경운동가로 변신한 후 지방의원까지 되는 아주 드라마틱한 인물이다. 그녀는 해냈지만, 필자는 하지 못했다. 만약 그때 이런 쇼핑몰이 있었다면 결과는 조금 더 달라지지 않았을까?

독일의 오리지널 운페어팍트(Original Unverpackt)는 포장지를 획기적으로 줄인 쇼핑몰이다. 매장 안에는 식재료나 생필품이 담긴 커다란 유리병이 쭉 진열대 있고, 그 유리병에서 올리브오일, 커피 원액, 샴푸 세제 같은 것들을 수도꼭지를 들어서 받고 딸기잼 소스는 통에 퍼서 담는다. 치약은 알약 형태로 되어 있어서 물에 녹여서 사용할 수도 있다. 손님들은 각자 집에서 준비해 온 용기에 필요한 만큼 물건을 담아서 가면 된다. 마치 먹고 싶은 만큼 먹는 뷔페와 비슷한 구조다. 용기를 깜빡한 손님들을 위해서 포장용기를 빌려주기도 한다. 포장용기 또한, 당연히 플라스틱이 아니라 튼튼한 유리로 만들어져 있다. 이를 빌려서 가져갔다가 반납할 수 있고 살 수도 있다.

아직은 물건들을 용기에 담아야 하기 때문에 판매 물품들은 주로 식자재 위주고, 물건을 담는 통도 씻어야 해서 다른 마트들처럼 브랜드가 다양하지도 않다. 하지만 비록 종류는 적어도, 제대로 된 상품을 판매한다. 식재료 80% 이상이 유기농, 친환경이다. 유기농, 친환경과 관련해서 가장 익숙한 문구가 ‘라이프스타일은 반영한 제품 콘셉트와 디자인’이다. 친환경, 유기농을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은 나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아니라, 이 지구가 함께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과 삶의 태도를 어우르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우리나라 친환경, 유기농 매장의 물건들은 그 안의 알맹이는 친환경, 유기농인지 몰라도 포장은 대부분 플라스틱인 것과 대조적이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 대부분 생산지 직거래 상품으로 구성했기 때문에, 가격도 일반 마트보다 20% 이상 저렴하다. 가격과 자부심이라는 두 가지의 가치를 제공하는 플라스틱 프리 마트들. 현재 독일뿐만 아니라 뉴욕, 홍콩 등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와 맞물려 각국은 강도 높은 환경 정책을 취하고 있다. 프랑스는 2016년부터 마트에서 일회용 비닐봉지 제공 및 사용을 금지했으며, 2017년 8월 케냐에서도 비닐봉지 사용이 전면 금지되었다. 영국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아이슬란드도 2023년까지 플라스틱 없는 매장을 만들겠다고 약속했으며 영국 정부는 빨대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INSIGHT 
흔히 인류 역사를 석기, 청동기, 철기 시대로 구분한다. 철기 다음은 무슨 시대일까? 어쩌면 플라스틱 시대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만큼 플라스틱은 우리 주변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영국의 테리사 메이 총리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전 세계가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라고 했다. 미미한 수준이긴 하지만 조금씩 노력하는 모습들도 보인다. H&M은 페트병을 재활용해 의류를 만들고 있고, 아디다스는 바다에서 수거한 폐플라스틱으로 러닝화를 만든다. 아프리카 케냐에서도 비닐봉지를 금지했다.

서울시민 1명이 하루에 배출하는 쓰레기양은 0.94㎏, 1년에 343㎏(2015년 기준)이다. 이 어마어마한 쓰레기를 줄이려면 소비자만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물건을 만드는 공장도, 물건을 파는 가게도, 물건을 사는 소비자도 다 함께 노력할 문제다.

 

이코노믹리뷰 [박성연의 비영리를 위한 혁신]
2018.05.23

저자 크리베이트
발행일 2018년 7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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