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칼럼에서 헌혈을 하는 사람들에게 헌혈의 대가로 빵이나 영화표 같은 물질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헌혈로 인해 목숨을 구한 경우나 헌혈해준 사람에게 느끼는 고마움 등 ‘헌혈의 가치’를 체험하게 해주었던 혁신 사례를 소개한 적 있다.
그 ‘나눔의 벽’이 디지털을 만나게 되면 또 어떤 상상력이 펼쳐질까? 벽 대신 다른 곳을 활용한다면 어디가 좋을까?
보통 헌혈 후에 바늘을 빼고 나면 2차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밴드를 붙인다. 그런데 이 하얀색 밴드를 활용해 보면 어떨까? 밴드는 작으니까 QR 코드를 넣어보면 어떨까? 이 QR 코드를 찍으면 영상이 흘러나오게 하는 건 또 어떨까? 한번 재미있게 웃을 수 있는 유머러스한 영상도 좋고, 수혜자의 감사 메시지를 담은 가슴 뭉클한 감동 영상도 좋을 것 같다.
이런 상상의 현실화한 곳이 있다. 바로 QR TKS이다. 브라질의 한 병원에서는 헌혈자 수가 너무 적어 고민하던 끝에 헌혈 반창고에 QR 코드를 넣었다. 헌혈자가 휴대폰으로 QR 코드를 찍으면 수혜자의 감사 메시지가 담긴 영상이 나오게 된다.
“감사합니다. 당신은 알지 못하겠지만, 내 딸의 목숨을 구해줬습니다. 내 딸은 5개월간 입원했고 정말 많은 혈액이 필요했습니다.”
“투병 중인 아버지에게 수혈의 기회를 줘서 고맙습니다.”
헌혈하는 사람은 자신의 작은 보탬이 다른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 그 덕분에 현혈자 수는 일주일 만에 800명, 3개월 후에는 23%의 증가를 보였다.
<QR TKS 관련 영상>
INSIGHT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혁신 사례가 있다. 그 사례들을 보고 ‘좋은 아이디어네!’ 하고 말하는 것에 그친다면 소극적인 자세이다. 그런데 그 사례를 보고 상상의 날개를 펼쳐서 ‘이러면 어떨까?’, ‘저러면 어떨까?’ 하고 생각한다면 적극적으로 사고하는 것이다. 상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져 나갈 수 있다.QR TKS는 ‘나눔의 벽’을 대신해 QR 코드를 만들었다. QR코드는 또 어떤 변신을 할 수 있을까? 병원 화장실 휴지는 어떨까? 화장실에서 일을 보던 사람들이 헌혈에 동참할지도 모른다. 병원 대기표는 또 어떨까? 병원에 대기하는 동안 헌혈을 할 생각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혁신 사례들을 보고 상상력을 발휘해 이리저리 주물럭거리다 보면 그 사례는 더 이상 남의 사례가 아니라 나의 생각이 된다. 남이 해놓은 혁신 사례가 나의 아이디어로 변신하는 멋진 순간이 되는 것이다. ‘창의’는 적극적 사고의 또 다른 이름이다.
이코노믹리뷰 [박성연의 비영리를 위한 혁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