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개발에서 탈출하기] 상품이 빛도 못보고 사라지는 이유

‘시장에서 성공한 상품’이란 어떤 것일까요?

기록적으로 높은 매출을 기록한 상품, 오랜 기간 판매되고 있는 상품, 시장 점유율이 높은 상품 등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것입니다. 기업이라면 상품별 시장목표에 따라서 다를 것이고요.

그러면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한 상품’은 어떤 것일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팔리지 않았거나, 팔아도 남는 게 없었거나, 경쟁에서 밀려난 상품들을 떠올릴 것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흔한 것은 ‘개발은 했지만 출시하지 못한 상품’이나, ‘납품은 했지만 진열되지 못한 상품’인 것 같습니다.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경우들을 나열해 보겠습니다.

 

1. 개발은 했지만 출시하지 못하는 경우

보통 시장성이나 수익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해서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를 떠올리기 쉽지만, 체감상으로는 다음과 같은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 규제, 인허가, 제한적 거래관행, 세금, 관세 등을 고려하지 않은 개발 품목 선정
  • 지식재산장벽¹, 인증시험항목² 등을 고려하지 않은 설계
  •  생산 및 유통비용 조달, 품질관리, 고객관리 등 내부 수행역량을 고려하지 않은 사업추진

¹ 특허권, 디자인권, 상표권, 저작권 등을 고려하여 회피설계를 하지 않은 경우
² 출시국가 및 유통업체에서 요구하는 법정인증 및 민간인증 시험항목에 맞춰 설계하지 않은 경우

또한 열심히 개발한 것이 ‘상품’이 아니라 ‘목업’이나 ‘발명품’ 또는 ‘제품’인 경우도 있습니다. 비슷해 보이는 이 단어들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 목업 : 컨셉을 검증하기 위한 용도로³ 외관만 구현한 것을 디자인목업, 기능까지 구현한 것을 워킹목업이라 합니다. 린스타트업에서는 워킹목업을 ‘최소기능제품 (MVP, Minimal Viable Product)’ 이라는 자신들만의 용어로 바꿔 부르고 있습니다.

³ 설계품질 확보를 위한 용도로는 목업이 아니라 양산용 부품과 시험 사출물로 ‘엔지니어링 샘플’을 제작하여 제조가능성과 조립성 등을 검토하고 이를 설계에 반영함

  • 발명품 : 기존에 없던 물건을 새롭게 고안한 것으로, 문제해결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제조 및 생산에 대한 공학적인 고려는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이유로 발명품은 ‘제조’되
    기보다는 하나씩 ‘제작’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 제품 : 실제 제조공정에서 일정한 .제조품질로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면 ‘제품’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여기부터는 생산기술부서의 업무이기 때문에, 사내에 생산기술 조직이 없다면 개
    발 결과물은 제품이 아니라 시작품(Prototype) 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조공정에서 시제품(Trial Manufactured Goods)을 만들어 공정품질과 제조품질을 확인한 이후에 가능
설계품질 확보를 위해 제조공정이 아닌 연구소나 실험실에서 제작한 목업 또는 엔지니어링 샘플

  • 상품 : 사전적인 의미로는 ‘상거래를 목적으로 하는 물품’이나, 실질적인 의미로는 ‘거래를 통해 고객이 경험하는 모든 것’은 전부 상품입니다. 그동안 제품만 개발했다면 상품의 일부
    만 준비한 것입니다. 또한 고객과의 거래를 전제로 해야 ‘상품’이기 때문에 출시국가, 출시가격, 출시일정 등이 정해져 있지 않다면 그것은 그냥 ‘제품’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품을 비롯해 패키지, 브랜드, 광고, 쇼핑, 배송, 고객대응, 품질보증, 보상정책 등 모든 것

결론은 개발 결과물이 ‘상품’이 아니라면 출시나 시장성공과는 멀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그런 경우에는 다른 기업이 인수하는 형태로 풀려나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2. 납품은 했지만 진열되지 못하는 경우

판매대에 진열되지 않는 상품은 경쟁에 참여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상품은 대부분 고객이 찾을 때 창고에서 한 대씩 꺼내서 판매하거나, 창고에 계속 쌓여 있다가 그대로 반품됩니다.

그러면 어떤 상품이 진열되지 못하는 걸까요? 다양한 경우가 있겠지만 스타트업에게서 자주 발견되는 유형은 다음의 세 가지가 아닐까 합니다.

첫째는 기존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라서 어느 상품분류에도 속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이런 제품은 판매대로 가더라도 일괄적으로 ‘아이디어 상품’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둘째는 매장 직원조차 설명하기 어려운 난해한 상품인 경우입니다. 이런 상품이 바로 ‘고객들이 찾을 때 창고에서 꺼내주는’ 유형에 해당합니다.

셋째는 세그먼트 비교가 어려운 상품인 경우입니다. 비교 대상이 없는 상품이라는 말은 언뜻 근사하게 들릴지 몰라도, 선택권 제공이라는 강력한 판매 기술을 사용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위의 유형들을 살펴보면 상품을 선보일 때 새로움을 강조하기 보다는 친숙함을 강조하고, 이해하기 쉬운 컨셉으로 다가가야 하며, 기존 상품과 비교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어야 한다는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날까요?

 

3. 낯설고, 어려우며, 비교 대상이 없는 상품이 나오는 이유

첫째는 신규 시장 개척에 대한 압박감 때문입니다. 물론 새로운 분류를 만들어내서 시장을 선점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새로운 기능과 사용법은 고객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다음 사실들을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 신규 시장 개척이 시장 선점으로 곧바로 연결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장에 먼저 뛰어든 기업이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선발주자가 대중에게 새로운 컨셉을 이해시키면, 후발주자가 이를 기반으로 상업적인 성공을 하는 식입니다.
  • 새로워서 팔리는 게 아니라, 팔려야 새롭다는 인식이 확산됩니다. 새로움은 설명을 듣고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몸으로 체험하고 느끼는 것입니다. 아이폰 조차 처음에는 기존 제품과 비교되었으며 널리 보급된 뒤에야 새로운 것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둘째는 인터넷 상에서라면 세계 어딘가에 내 상품의 가치를 알아보는 고객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입니다. 얼핏 생각할 때는 온라인이라면 누구에게나 동등한 기회가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상황이 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판매대는 고객의 머릿속에도 있고 온라인에도 있기 때문입니다.

  • 고객은 자신이 모르는 상품을 검색할 수 없습니다. 설혹 광고로 유인하더라도 고객이 모르는 분류의 상품이나, 이해하기 어려운 상품이나, 비교할 대상이 없는 상품은 먼저 선택하지 않습니다. 머릿속에서 판매대가 작동하는 것입니다.
  • 검색결과 첫 페이지에서 스크롤을 내리지 않아도 볼 수 있는 상품은 이미 온라인에서 판매대에 올라가 있는 상품입니다. 반면 한 번에 검색되지 않는 상품은 창고에 쌓여있는 상품과 운명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런 일은 앱 스토어 첫 화면에서도 일어납니다.

요약하면 새로운 상품으로 시장을 선점하더라도 고객에게 접근할 때는 그들에게 익숙한 형태로, 이해하기 쉽게 다가가야 하며, 언제나 비교의 여지를 남겨야만 새로운 점을 대중이 인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항들을 반영한 연구개발 조직의 형태와 역할은 다음 글에서 이야기 하겠습니다.

 

 

저자 카페인웍스
발행일 2020년 6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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